[문예공모]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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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신문
  • 승인 2021.11.0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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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4주년 문예공모 우수상

부록

최영인

 

클라이맥스를 수시로 낭비했다

젊음은 스물에서 멈추지 않았다

 

남은 것은

희미한 여음구로 연명하는 결말

 

꿈을 좀 더 아껴 쓰는 게 좋다고 말해 주었다

곤히 색색이는

어른이 되지 않은 나의 어린 동생에게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 너무 가볍고 상쾌해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기분으로

다시 눈을 감는다

 

가끔은 남은 장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상상하곤 한다

오른쪽 검지 사이에 멈춰 있는

얄팍한 페이지를 세어보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 페이지는 선이 없고

뒷장의 글자가 비칠 만큼 얇을지도 모른다

모서리의 침이 마르고 나면

숨겨진 숫자가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남은 페이지를 셀 수 있어도

남은 아침은 세어볼 수가 없다

 

스무 살을 넘긴 후로 나는

매일 한 끼를 거르곤 한다

 

이제서야 나는 갈피를 찾고 있다

 

남은 말과 남은 숨을

뉘일 곳을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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