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고대신문 문학상> 응모작들은 크게 보아 생활 서정을 담은 시편들과 연시들과 에세이 풍의 관념적인 시들로 나뉘었다. 어느 것 하나 시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었겠으나, 생활과 연정과 인생 담론들이 어쩐지 두루 느슨한 느낌을 주었다. 일상을 일상적 감각으로만 대하려 한 데서 원인을 찾아야 하는 걸까. 습작기는 습작을 넘어서려고 애쓰는 노력의 시간을 뜻한다.

  <봄밤>은 자연물에 대한 감각적 묘사와 언어 세공이 눈길을 끌었으나, 주제와 정서 양면에서 다소 낡은 지대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질라가 없는 밤>은 비현실적 상황 설정을 활용하여 인물들의 에로스를 독특하게 표현하였다. 하지만 감정의 서술 이외에 자기만의 감각이 발휘된 자취를 찾기 어려웠다. <마음, 쓰다>는 연정과 시 쓰기를 연결 지어 애잔한 내면을 진솔하게 그렸는데, 상투적인 정서가 더러 비쳤고 마무리가 미흡해 보였다. <왕-망나니-죄수>는 다성적인 발화와 강한 정념이 인상적이었지만 시상의 중핵이 흐려져 있고, 왕성한 진술들이 관념의 전시에 머문 인상을 주었다.

  수상작인 <부록>은 울림이 깊은 작품이다. 가파른 스물과 스물 이후의 삶에 대한 성실한 내면적 보고서로서, 대학 문학상이 기대하는 수준에 값한다. 삶을 책에 빗대고 본문이어야 할 “젊음”을 “부록”으로 떨어뜨려서, 이 삶의 통증이 과연 견딜 만한 것인가를 아이러니의 문맥을 통해 묻고 있다. 이 물음의 보편적 의미와 청춘의 그늘이 가리키는 빛=본문을 찾아 가길 바라게 된다. 호흡과 필치도 안정돼 있고, 같이 보낸 작품들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수상을 축하한다.

  창작은 생각의 반복적인 개진이 아니라 생각의 흔들림과 무너짐을 체험하는 일이다. 상식의 저지선을 넘어 상상의 자유를 감행한 순간들을 여러 군데서 확인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응모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드린다.

 

이영광 본교교수·미디어문예창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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