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은 총 네 편이었다. 예상보다 적은 응모 편수가 소설에 대한 요즘 대학생들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것 같아서 심사자로서 아쉬움이 컸다. 네 편 중 기본기의 면에서 현저하게 미달인 두 편이 먼저 제외되었다. 그 두 편은 설정과 구성의 면에서 결함이 뚜렷했다. 부정확한 서술과 비문법적인 문장도 종종 보였다. 글쓴이마다 나름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의 실상은 그 의도와 거리가 있었다. 공부와 연습을 통해 그 거리를 줄인다면 애초에 의도한 대로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선>은 앞의 두 작품보다 구체적인 사건을 다룬 탓에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았다. 간결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서술은 화자의 무심한 정서를 구현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맞선 자리라는 설정이 화자의 회상을 전개하기 위한 필요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하여 억지스러웠다. 화자가 회상한 사건들이 제대로 조직되지 않아서 산만한 구성이 되고 말았다. 초점과 방향성이 분명치 않은 서사가 <선>을 앞의 두 작품과 같은 자리로 물러앉게 했다. <결정장애>는 글쓴이의 능란한 입담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인용의 방식으로 제시된 일화와 논설과 강연은 흥미롭고 유쾌하며 풍자적인 면도 있었다. 그것들은 사건의 면에서 서로 무관하지만 결정장애라는 하나의 주제로 수렴함으로써 유기적인 구성을 이뤘다. 그러나 결말 부분의 제언이 안이하여 그 전까지 거둔 효과를 반감시켰다. 소설은 흥미로운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삶과 세상에 대한 성찰과 이해가 흥미로운 이야기와 더불어 소설에 담긴다. <결정장애>는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마련하지 못하여 만담의 수준에 머물고 말았고 그래서 우수작이 되기에 미흡했다. 이번 ‘가작’이 훗날의 성취를 위한 거름이 되기 바란다.

 

강헌국 본교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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