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 논리가 현실에 개입

지나친 상업주의 경계 필요

“민주적 소통하는 공간돼야”

 

이광석 교수는 "우리는 메타버스 속 가상세계가 공동체적 가치를 확장하는 공간으로 나아가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석 교수는 "우리는 메타버스 속 가상세계가 공동체적 가치를 확장하는 공간으로 나아가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의 경계 구분이 모호해지며 메타버스의 개념이 확장됐고,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상거래 행위가 일어나 사용자가 금전적 이익을 얻기도 하고, 메타버스 속 사용자 아바타의 인권 침해 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메타버스에 나타난 이러한 새로운 논의들에 대해 이광석(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학과) 교수는 “메타버스가 공동체적 가치를 확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시민들의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석 교수를 만나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의 특성과 올바른  발전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 메타버스의 개념과 적용 범위가 궁금합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공간’이라는 뜻으로, 이상향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전자, 디지털, 혹은 제3의 공간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재 메타버스 개념은 하나로 확실하게 규정되지 않고 은유적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로 기술적 측면의 이해도나 능력이 뛰어난 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의 활동이 메타버스 성격을 좌우하는 추세입니다. 기업은 개인과 달리 막대한 자본을 기반으로 기술을 이용해 메타버스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도 일종의 메타버스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메타버스는 제페토와 로블록스처럼 가시적인 아바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SNS 아이디도 일종의 아바타로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마다 SNS별로 정체성을 다르게 설정해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에서는 주로 공적인 논의를 펼치고, 인스타그램에는 일상적인 사진을 많이 올리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 과거와 현재의 메타버스를 비교하면

  “오늘날 메타버스는 기업 중심의 논리가 부각됐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과거에는 익명성이 보장된 가상공간 속, 자유로운 소통 커뮤니티를 형성하고자 하는 논의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 형성을 이끄는 주요 세력은 대체로 일반 시민 사용자들이었습니다. 오늘날 메타버스 개념은 대체로 기업이 주도해 형성해가고 있습니다. 각국 플랫폼 기업들이 가상공간에 투자하며 메타버스 콘텐츠 안에서 시장을 형성하고, 문화 흐름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 속 논리가 현실세계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주요한 변화입니다. 예전에는 현실공간 속 논리가 가상으로 확장되는 욕구가 컸습니다. 그래서 가상공간 속 행위는 그 안에서만 존재 의미를 가지고, 그 존재감이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가상공간의 영향력이 현실세계에도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가상 캠퍼스에서 아바타가 출석하면 실제로 학생의 출석이 인정되고, 가상 오피스에서 아바타가 회의하는 행위도 실제 개인의 노동 활동으로 인정해줍니다. 이처럼 과거보다 점차 가상세계와 현실의 긴밀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 상업주의 과열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현재 메타버스 속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배경의 중심에는 상거래 활동이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메타버스 속 사용자가 가상화폐를 통해 아이템과 콘텐츠를 사고파는 등의 상업적 질서가 형성됐습니다.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는 사용자가 게임과 같은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커뮤니티 내에서 판매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우리는 메타버스 속에서 상업 논리만이 강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디지털 공간에선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이룰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파는 행위에만 매몰되면, 이러한 온라인 속 자유로운 창작 문화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용자가 미션을 수행해 플랫폼이 제공하는 아이템을 사고파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싸이월드의 경우 ‘도토리’라는 가상 화폐를 구입해, 플랫폼의 유료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었죠. 하지만 현재 메타버스에는 디지털 자산에 고유의 권리를 부여하는 디지털 토큰인 NFT(Non-Fungible Token)가 등장하면서, 가상공간에 있는 것들에 대한 이용자의 사유화 욕구가 강해졌습니다. 실제로 최근 가상공간 내 부동산을 점유해, 땅을 매입하는 등 가상 투기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가상화폐는 실제 현실에 금전적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거기에만 매달리게 되면 사이버 공간 속 창작 활동에 지장이 생긴다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상공간의 아이템에 희소성을 부여하고 사유화하는 데에만 급급해, 사이버공간의 장점인 자유로운 창작 행위가 제한받게 되는 것이죠.”

 

  - 메타버스의 현실 확장이 가져올 우려점은

  “메타버스 속 아바타는 현실 속 자신과 연결돼 있습니다. 이러한 연결은 자기 실존적인 혼동을 일으키면서, 개인에 다중 정체성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현실의 자아와 가상공간 속 아바타의 자아가 구분되지 않아, 사용자 스스로 혼돈을 겪게 되는 거죠. 아직은 이러한 현상이 심각하진 않지만, 향후 메타버스가 현실세계에 주는 영향력이 커지면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 온라인상의 인권 침해가 앞으로 메타버스 공간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사생활 침해, 정보 오남용, 성희롱 등의 사이버 폭력이 그 예입니다. 특히나 메타버스 공간은 현실세계와의 긴밀도가 높기 때문에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 속 자아와 현실의 자아가 구분되지 않고 동일시되면, 가상공간에서의 인격 침해 또한 현실의 이용자에게 동일하게 여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후 메타버스 속 ‘아바타’의 권리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편, 사회 공동체주의 실현과 관련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야 합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가상세계는 점차 현실로 확대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논의는 시장가치와 관련되는 등 상업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디지털 공간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민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메타버스 속 가상세계가 공동체적 가치를 확장하는 공간으로 나아가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글 | 이성현·이주은 기자 press@

사진 | 이주은 기자 two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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