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지인들에게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두 대선 후보 중에 누구를 뽑아야 하냐”는 질문입니다. 잠시나마 그 사람들, 혹은 여의도 사람들을 가까이서 지켜봤으니, 누가 ‘차악’인지 알려달라는 겁니다. 10초정도 고민하다가 저는 이런 답을 했습니다. “음...그냥 두 눈을 뽑으시는 편이...”

  정정해야겠습니다. 생각해보니 두 눈을 뽑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또 감아서도 안 됩니다. 봐야할 것을 못 보기 때문입니다. 5월 광주항쟁은 1980년 5월 20일 광주를 기록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그 당시의 만행을 기억하고, 지금도 그 죄를 물을 수 있는 거니까요. 당시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 끌리듯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아, 너무 부끄러워서 제 입을 한 대 때리고 싶습니다.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겠다고 말하는 후보,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더 내야하는 세금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후보. 준비된 정책은 없지만 대정부 분노에 편승해 사람들의 아픈 곳만 들쑤시는 후보. 선거승리에 눈이 멀어 위세에 합류하는 주변 사람들. 사실관계는 따지지 않고 의혹제기 프레임에만 골몰하는 정당들. 누구의 말처럼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는게 이런 걸까요. 차라리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게 하나의 거대한 사회실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징어게임처럼 말이죠.

  5년 전 일을 다시 꺼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가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문재인 정부 이후가 이럴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자괴감이 든다.” 전 대통령의 비위행위뿐만 아니라 법과 상식 위에서 권력이 군림하는 세상을 탄핵한 건데,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라고 경고등을 켠 건데, 달라진 게 없다고 말입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여전히 세상은 퍽퍽하고, 살기 힘들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는 감방에 갈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현실에 얼마나 ‘현타’를 느낄까요.

  그래서 볼 겁니다. 똑똑히 볼 겁니다. 너무 괴로워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싶지만, 그래도 봐야 합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비겁하게 말을 바꾸고 물타기를 하는지, 교묘한 논리 뒤에 숨어버리는지. 누가 희망의 풍선에 바람을 잔뜩 넣고 뭉개버리는지. 그리고 말할 겁니다. “나는 당신이 한 일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고.

 

<진소조>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