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경제의 한계 부딪혀

‘잘 버리기’보다 ‘적게 쓰기’

 

재활용경제의 자원순환 체계. 송현섭 활동가는 "자원순환 체계의 폐기·재활용 단계는 물론, 일회용품이 발생하는 생산·유통 단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활용경제의 자원순환 체계. 송현섭 활동가는 "자원순환 체계의 폐기·재활용 단계는 물론, 일회용품이 발생하는 생산·유통 단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은 지구촌 환경오염 문제. 한 환경운동가는 의외로 간단한 해답을 제시한다. ‘제로웨이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은 : 혼자가 아닌 여럿이 어떻게 줄일까’를 주제로 한 송현섭 제로웨이스트 활동가의 강연이 9일 오후 7시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홀에서 열렸다. 해당 강연은 청년참여연대(운영위원장=정찬영)가 진행한 제로웨이스트 전시 <잘 먹었습니다. 잘 치웠습니다?>와 함께 진행됐다. 

  이날 강연장에는 배달용기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인간' 전시 작품을 옆에 두고 청년참여연대 회원들과 환경운동가들이 자리했다. 

 

  ‘쓰레기도 불공평하다'

  “포스트 코로나와 초가속 시대, 우리는 10년이나 빨리 찾아온 미래를 살고 있다." 송현섭 활동가는 스콧 갤러웨이 교수의 <거대한 가속> 구절을 인용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기업과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지구환경 역시 빠르게 붕괴한다. 송 활동가는 “자원고갈의 위협이 커지고 천문학적인 양의 쓰레기를 감당할 매립지가 부족해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쓰레기 불법투기가 일상처럼 일어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쓰레기문제는 불공평하다. 선진국들은 처리 비용을 아끼려 쓰레기를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한다. 송 활동가는 “쓰레기 생산국과 처리국이 분리됐다”며 “쓰레기 생산국은 처리문제에 무감각해지고 그 피해를 인류 전체가 떠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불평등문제는 2017년 중국의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와 2018년 국내 쓰레기 대란 이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국에서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자 재활용품 원자재의 가격이 하락했고, 이 여파로 수도권 아파트 분리수거 업체에서 쓰레기 수거를 거부했다. “지금까지 중국에 미뤄왔던 쓰레기 처리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곳곳에 불법투기된 쓰레기산이 생겼던 겁니다.” 송 활동가는 이를 계기로 시민들이 쓰레기의 올바른 배출뿐만 아니라 폐기에도 책임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답은 발생저감

  송현섭 활동가는 재활용과 분리배출의 허점을 지적했다.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재활용과 분리배출을 강조해온 것에 비해 생활 플라스틱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플라스틱 포장재 소비량이 2009년 57kg에서 2020년 67kg까지 증가하며 전 세계 플라스틱 소비량 2위에 올랐다. 송 활동가는 “이런 상황에서 최근 재활용경제에 대한 논의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활용경제는 재생과정을 거쳐 폐기물을 원료자원으로 다시 투입해 자원을 순환시키는 구조다. 송 활동가는 “재활용을 통해 과거에 비해 자원을 여러 차례 사용하게 됐지만 재활용된 쓰레기도 결국 다시 버려진다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로맵(EUROMAP)에서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50년부터 65년 동안 사용된 플라스틱 약 83억 톤 중 91%가 매립됐거나 쓰레기로 방치됐다. 송 활동가는 “기업들에서 버려진 페트병을 이용해 신발과 의류를 생산하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다고 선전하지만 이는 소비 죄책감만을 덜 뿐 쓰레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정리했다. 

  그렇다면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송 활동가는 그 답을 순환경제에서 찾았다. 순환 경제는 새롭게 투입되는 천연자원과 폐기물 처리되는 물질의 양을 최소화하고 순환하는 자원의 양을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송 활동가는 “<생산-유통-소비-사용-폐기-재활용>의 자원순환체계에서 재활용경제는 폐기단계에만 집중한다”며 “제품의 생산·유통 단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에 대한 문제의식이 가려진다”고 주장했다. 즉, ‘잘 버리기’보다 ‘적게 쓰기’에 주목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송 활동가는 “재활용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제품 생산 과정에서부터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 와서는 재활용보다는 재사 용을 위한 장난감 도서관, 천 기저귀·다회용기 대여사업 등을 추진하는 순환경제 기업도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연 이후에는 청중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재활용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트렌드를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송 활동가는 “대량생산과 대량 폐기 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볼 수 없다”고 답했다. 이날 강연에 참여한 환경운동가 기회(남·28) 씨는 “환경 위기는 생산과 소비를 지향하는 지금의 자본주의를 일부 수정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글·사진 | 장예림 기자 yellme@

인포그래픽 | 유보민 기자 e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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