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정 충북대 교수·소비자학과
​유현정 충북대 교수·소비자학과

  소비자들이 환경과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제품을 찾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한 동기를 이용해 일부 기업들은 친환경을 가장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의 선택에 혼돈을 주고 있다. 소위 그린워싱(Green Washing)이 그것이다. 그린워싱은 1980년대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벨트가 기업의 가짜 친환경 홍보를 비판하며 처음 제시한 용어로, 기업의 환경 관행이나 제품 또는 서비스의 환경적 편익에 대해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최근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가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1980년대에 시작된 친환경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2015년 제 70차 UN총회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로 이어졌고, 각 국가들은 이를 위해 목표와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 한 예로, 우리나라는 2035년부터 휘발유나 경유 차량의 판매가 금지되고, 이밖에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목표들이 설정되었다. 이를 위해 기업, 정부, 소비자 등 각 경제주체들은 변화를 이끌고 따르며 나아가야 한다. 기업들의 친환경정책과 ESG는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경영전략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의 관심과 선한 동기를 그린워싱으로 마케팅에 악용하게 되면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과 판단이 방해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사인 테라초이스(TerraChoice)는 2007년 ①상충효과 감추기, ②증거 불충분, ③애매모호한 주장, ④관련성 없는 주장, ⑤두 가지 악 중 덜한 것, ⑥거짓말을 그린워싱의 6대 죄악이라 명명하였다. 이후, 2010년에는 ⑦허위 라벨 부착을 추가하여 ‘그린워싱의 7대 죄악’을 발표하였다.

  아울러 2007년 캐나다 내 자칭 1018개의 ‘친환경’제품을 대상으로 그린워싱 실태를 조사한 결과 99%의 제품에서 그린워싱 사례를 발견하였고, 이어 2009년에도 미국과 캐나다에서 2219개의 제품을 조사한 결과 ‘그린워싱의 7대 죄악’을 저지르지 않는 제품은 단 25개에 불과하였다.

  반면 한국소비자원이 2016년과 2017년 수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1% 이상은 더 큰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친환경제품을 쓰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중 다수는 일반 제품보다 10~20% 돈을 더 쓸 수 있다고 답하고 있어, 소비자의 선한 동기는 그린워싱으로 인해 배신당하고 소비자는 호구로 전락할 위험에 처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많은 나라에서 그린워싱 단속을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금융의 그린워싱 단속을 위해 유럽에서는 2020년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 Sustain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및 무엇이 녹색인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택소노미(Taxonomy) 규정’을 마련하였다. 우리나라도 올 4월 환경기술산업법을 개정하여 녹색 분류체계 및 표준 환경성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환경정보공개대상 기업을 확대하여 2022년부터 환경정보 공개를 요구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린워싱은 너무 방대하게 발생하기에 모든 사안에 정부가 개입하여 시장을 컨트롤하는 것은 그다지 실효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때문에 소비자단체 등을 통해 그린워싱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져 보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소비자 스스로 엄격한 정보확인을 통해 소비자주권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소비자들이 선한 동기로 친환경에 대한 관심과 비용지불의사만 높여간다면 기업은 신나게 이를 마케팅전략에만 활용할 것이다. 반면 소비자가 엄중하게 그린워싱을 구별해 낸다면 기업은 그린워싱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친환경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 소비자단체와 지자체, 대학 등에서 소비자교육에 더욱 앞장서야 한다.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은 좋다. 그렇다고 텀블러를 여러 개 구입해 사용한다거나, 얼마 안쓰고 버린다면 차라리 종이컵을 사용하는 게 더 친환경적이다. 결국 최고의 친환경은 소비의 간소화와 절제, 그리고 나눔에 있다. 소비자도 기업도 진정성 있는 소비와 마케팅으로 미래세대에게 빌려쓰고 있는 이 지구를 조금이나마 오래도록 보존해 나가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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