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자연 경험하며

가볍게 즐기는 테마여행

 

  성북시티투어가 지난 5일 처음 대면 형식으로 열렸다. 성북시티투어는 문화체험, 역사탐방, 피크닉, 러닝 등 다양한 테마로 성북구의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가이드 투어로, 14일까지 시범운영됐다. 서울특별시와 성북구가 주최한 이번 사업은 성북문화재단과 문화기획 사회적기업 아트버스킹이 주관했다. 투어는 아트피크닉 썬’, ‘아트피크닉 문’, ‘아트런’, ‘문화예술투어’, ‘역사문화투어로 총 5개의 코스로 이뤄졌으며, 참가비는 투어당 1000원이다. 지난 820일 시작된 시티투어는 코로나로 인해 전면 비대면으로 운영되다,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며 대면으로 열리게 됐다. ‘문화예술투어아트런코스를 다녀온 뒤 성북구 기행을 담아봤다.

 

  예술의 혼을 살려서

  ‘문화예술투어는 성북천 분수광장에서 시작된다. 티켓부스에서 예매자 확인과 체온 체크를 한 후 가이드가 참가자들을 버스로 인솔한다. 첫 번째 장소인 최만린 미술관으로 가는 동안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진다. 가는 길에 있는 아리랑 고개, 전통시장 등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풀어준다. 모두가 정릉시장에 담긴 사랑 이야기에 빠져있을 때, 버스는 최만린 미술관 앞에 멈춰 선다.

  최만린 미술관은 최만린 조각가의 생가에 조각품을 전시해둔 미술관이다. 이번 전시는 최만린 작가의 1주기 추모전으로 그의 생애를 다섯 개의 계절로 나눠 전시했다. 6·25로 가족을 잃고 혹독한 생활을 보냈던 그의 첫 번째 계절은 겨울로 시작한다. 이어 한국 조각에 대해 고민하던 발아의 계절, 원초적 형태를 조각에 담던 생명의 계절, 정제된 상태로 근원에 집중하던 비움의 계절을 지난다. 마지막으로 우리 곁에는 없지만, 여전히 흔적으로 존재하는 조각가의 다섯 번째 계절을 그리며 그를 추모한다. 2층에는 그의 생전 기록이 남아있다. 최만린이 사랑했던 가족, 물건, 습관 등을 중심으로 그의 기록을 아카이브 자료로 공개한다. 최만린 미술관에서 한 시간가량을 보내고 다음 장소인 예향재로 이동한다.

 

'문화예술투어' 참가자들이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자개 모빌을 만들고 있다.
'문화예술투어' 참가자들이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자개 모빌을 만들고 있다.

  도심 속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예향재에서는 만들기 수업이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붉은색, 푸른색, 하얀색의 자개를 낚싯줄로 매듭을 묶어 길게 늘어트리며 자개 모빌을 만든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만들다 보면 짤랑짤랑 자개 소리로 예향재가 가득 찬다.

 

  도심 속 자연을 벗 삼아

  ‘아트런(Art Run)’은 참여자들이 성북구 일대의 자연 속에서 산책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갖도록 기획됐다. 투어는 한성대입구역에서 출발해, 가이드를 따라 성북근린공원과 북정마을 한양도성 일대를 두 시간가량 거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6일 오전 9시 반, 한성대입구역 분수마루에는 취재진을 포함해 참가자 일곱 명이 모였다. 시티투어버스에 탑승한 지 15분도 채 되지 않아 도착한 곳은 성북근린공원. 단풍 든 나무들이 숲처럼 우거진 동산이다. 가벼운 몸풀기 뒤에 이어진 산책은 제법 할 만한가 싶더니 겉옷을 벗어들게 할 정도로 강도가 높아진다. 굴곡진 언덕길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길 따라 난 계단을 오르면서 마스크 안으로 숨을 몰아쉬기를 잠시, 중턱에 다다르자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이 펼쳐진다. 바닥을 붉게 뒤덮은 낙엽과 머리 위로 피어있는 단풍잎들은 가을의 절정을 보여주는 성싶다. ‘아트런의 묘미는 이곳에서 듣는 핸드팬(Handpan, 몽환적인 소리를 내는 철판 모양의 금속 타악기) 버스킹 공연이다. 참가자들은 각자 투박한 바위에 앉아, 연주자 ‘꾸꾸란이 양손을 우아하게 교차하며 악기를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아트런' 참가자들이 북정마을 한양 도성길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아트런' 참가자들이 북정마을 한양 도성길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성북 근린공원에서 풍광과 흥취에 젖었다면, 다음 목적지인 북정마을 한양 도성길은 또 다른 볼거리다. 도성 외벽을 따라 정상에 다다를수록 한눈에 들어오는 성북동의 모습은 꼭 장난감 마을처럼 아기자기하다. 저 멀리 보이는 가지각색의 지붕들이 단풍 든 나무들과 어우러진다. 정상에서 잠시 쉬어가며 투어 관계자들이 찍어준 즉석 사진은 아트런의 추억을 더한다.

  이번 투어에 참가한 김민희(·40) 씨는 성동구민이지만, SNS를 통해 성북구청 소식을 받아보다가 참여하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투어 이름에 (run)’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걸으니 힘들지 않고 좋았다이번 투어와 비슷한 행사가 또 열리게 되면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경서 가이드는 버추얼러닝 방식으로 운영됐던 것보다 대면 행사로 함께 걷고 공감하며 더 큰 감동을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북구에는 보석 같은 역사·문화 콘텐츠가 많다이런 자원이 잘 알려지도록 성북시티투어와 같은 행사가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 | 김시현·김영은 기자 press@

사진 | 강동우·김시현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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