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법원에서는 병든 아버지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아들에 4년형을 선고했다. 병원비가 부담돼 아버지의 퇴원을 결정했지만 22살 청년이 홀로 간병을 감당하기는 벅찼다.

  판결 보도 이후 어떤 도움도 받지 못 했던 이 청년의 이야기가 드러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슬퍼했다. 몇천만 원의 병원비,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반나절을 아르바이트해야 했던 기초수급자 청년의 이야기. 동시에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2시간마다 아버지를 움직이고, 대소변을 치우고, 코에 삽입한 줄을 통해 음식물을 넣었다는 그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2014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체기능 저하자 중 81.7%가 간병을 받고 있으며 이 중 91.9%는 가족들의 돌봄을 받고 있었다. 간병의 책임 대부분이 가족들에게 떠넘겨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들을 도울 제도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고 그런 제도의 혜택을 잘 이용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당사자의 신청이 있었다면 의료지원제도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생활이 어려운 차상위계층의 경우 의료지원제도를 통해 최대 80%의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생계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해주는 제도 또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직접 신청하거나 누군가 나서서 신청을 해줘야 한다. 직접 신청하지 않아도 이들의 상황을 알도록 도시가스 연체 등의 요소를 파악한다지만 그런 도움의 손길은 빚 독촉보다 느렸다.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에서는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지자체별로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의 모임을 조성하고 의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다. 복지제도를 신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용하도록 함께 찾아주는 게 병행돼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은 이런 세심한 관심을 매몰시킬 수 있다. 그러한 예산이 있다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고 연결시키는 데 써야 한다. 공과금 연체 사실로 도움의 필요성을 앉아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빚은 못 갚아도 공과금은 낸다면 이들의 현실은 수면 아래에 잠겨있을 뿐이다.

 

이승빈 사회부장 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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