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우면 사람들은 내년에 쓸 다이어리를 마련한다. 그 다이어리는 디자인과 속지, 무게까지 고려하며 고른 것일 수도, 카페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일 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연말이 되면 다이어리를 주문한다. 첫 페이지를 펼쳐 새해에 이루고픈 위시리스트를 작성하고, 목표를 세운다. 다이어리 구매와 목표 다짐은 빼놓지 않는 새해맞이 행사이다.

  그렇게 매년 다이어리를 주문하지만, 끝까지 써본 적은 별로 없다. 처음 한두 달 정도 열심히 썼다가 흐지부지되기 일쑤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세 번은 쓰자고 다짐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못한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예쁘게, 그럴듯하게 다이어리를 꾸미려고 애쓰다가, 점점 쓰는 횟수가 줄어들고, 다이어리는 백지가 된다. 깨끗하기만 한 종이에 자기반성을 하고 다그쳐 열심히 쓰지만, 중간중간 텅 빈 다이어리는 만족스럽지 않다.

  얼마 전 책장을 정리하며 작년에 썼던 다이어리를 열어보았다. 12월 부분은 아예 손도 닿지 않았고, 정돈되지 않은 단어들과 문장들이 곳곳에 적혀있었다구석구석 알아보기 힘든 글씨들을 바라보며 내년엔 다이어리를 예쁘게 꽉 채우겠다고 다짐을 한다.

  교보핫트랙스에서는 2020121일부터 19일까지 15만여 권의 다이어리가 판매됐다고 한다. 그런데 다이어리를 구매한 많은 사람 중 1년 내내 꾸준히 쓰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것보다, 꾸준히 쓰지 못하는 게 문제일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나처럼 중간중간 비어있는 게 다수이지 않을까. 억지로 매일 매일 쓰고, 예쁘게 꾸밀 필요는 없다. 다이어리는 성실성을 시험하는 평가지가 아니다그저 해마다 나에게 설렘을 주고, 한 번씩 추억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충분하다. 올해도 다시 다이어리를 구매한다첫 장을 넘겨 새해 목표를 끄적인다. 설렘으로 가득 찬 2022년 다이어리가 나를 좋은 곳으로 이끌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 뿜어져 나온다.

 

송원경 기자 b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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