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유보하자는 국민여론 커져

북한 도발에 정부입장 표명해야

북한의 참여 유도가 정책의 관건

남성욱 교수는 "평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안보를 지킬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욱 교수는 "평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안보를 지킬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며 남북관계는 진전하는 듯했다. 하지만 북한은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각종 도발을 일삼고 있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원자로를 가동하는 북한 영변 핵 시설의 모습을 포착하면서 북한의 핵 개발 지속 사실도 드러났다. 

  2021년 통일연구원에서 진행한 ‘KINU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평화공존 선호’ 비율이 56.5%인 반면, ‘통일 선호’ 비율은 25.4%였다.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통일에 대한 회의가 더 크게 드러난다. 같은 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평화공존 선호’ 비율은 71.4%로 ‘통일 선호’ 비율 12.4%와의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남성욱(공정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특별한 대안이 없으니 현상을 유지하자는 이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남성욱 교수를 만나 남북한 관계의 동향과 대북정책의 방향성을 물었다. 

 

- 젊은 층에서 통일회의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큽니다. 우리는 동서독 통일에서 통일에는 돈이 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당시 서독은 세계 3위 수준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고 동독은 세계 35위 수준의 경제력이었습니다. 서독의 경제력은 동독 경제력의 4배였죠. 통일이 된 이후 서독 사람 4명이 동독 사람 1명을 부양해야 했습니다. 세계 3위와 35위의 경제 대국이 합쳐졌음에도 서독 사람들은 통일 후유증으로 20년간 디플레이션에 시달렸습니다. 경제적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서독에서 단기간에 동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지만 경기 침체가 나아지지 않았어요. 통일의 비용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반면, 그에 따른 혜택은 장기간 기다려야 돌아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북한의 경우는 현재 국민소득 1200달러로 세계 140위 수준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11위 수준의 경제 강국이라고 할지라도 통일을 하게 되면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겁니다. 동독과 서독의 경우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지금도 집 한 채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드는데, 통일까지 돼서 북한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하면 더 큰 경제적인 부담을 갖게 됩니다. 통일은 언젠가는 해야 하지만 지금 세대에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통일 유보’의 생각이 젊은 세대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겁니다.” 

 

- 이외에도 통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있나요

  "북한의 핵실험이 통일의 가장 큰 방해요소입니다. 사실 핵무기를 북한과 남한 모두 가지고 있다면 공포의 균형이 이뤄지기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재래식 무기만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리는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죠. 이런 상황이 남북한 사이에 긴장을 야기하고 종전선언을 막는 겁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우선 일정 기간 양측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서로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과도기를 거쳐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긴장 상황에서는 그런 교류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어떤 대북정책도 정책 자체만 두고 실패했다, 혹은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정책에서는 북한에 핵을 포기하면 북한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되도록 투자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아무런 성과도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대북정책은 부동산 정책이나 복지 정책과 달리 북한의 대남정책, 미국의 대북정책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한 측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호응해줘야 정책의 성과가 생깁니다.

  다만 현 정부에서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관계없이 무작정 퍼주기식의 정책을 펼쳤던 것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연평도 포격 사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끊이지 않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해야 합니다.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자국 영토에 포탄이 떨어졌을 때 반드시 응징했을 겁니다. 이런 행동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좋은 행동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심지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욕설을 일삼았는데도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국민에게 북한의 행태를 갑질로 인식하게 합니다. 반드시 우리의 견해를 밝혔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 잘못입니다."

 

-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는 이유는

  “북한의 도발은 ‘치킨 게임’, 벼랑 끝 전술입니다. 쉽게 말하면, 더 큰 걸 얻기 위해 극단적인 전략을 쓰는 것입니다. 작년 발생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우리 상식으로는 300억 원 이상이 들어간 건물을 잘 활용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 건물을 폭파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과격하고 공격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상식 밖의 행동을 감행합니다. 지금은 우리 예산이 들어간 300억 원짜리 건물을 폭파했는데 다음에는 남한에 폭탄을 터뜨릴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는 거죠.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달라는 겁니다. 이게 사회주의, 공산주의자들의 극단적인 전술입니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평화를 원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대처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북한을 아예 눌러버리거나 달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자신들을 달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런 행동을 했을 때면 우리는 계속 그들의 요구를 들어줘 왔습니다. 300억 원짜리 남한의 예산을 들인 건물을 폭파하면 우리가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는 게 북한의 논리입니다.” 

 

- 현재 북한에 어떤 제재가 가해지고 있나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우리는 국방 억지력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평화를 논하려면 자신의 안보를 지킬 능력 정도는 필요합니다. 우리가 먼저 공격하는 게 아니라 북한의 잘못된 행동들을 억제해가면서 협상을 하자는 겁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한미 동맹을 맺고 있습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우리가 핵이나 재래식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의 지원을 받게 됩니다. 그 대가로 우리나라는 올해 1조 2000억원의 방위비를 냈습니다. 한미 동맹은 북한의 핵 개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대책입니다. 

  국제적으로는 유엔의 경제제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이 진행한 4, 5, 6차 핵실험을 계기로 유엔에서는 경제제재 11건을 가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회원국인 북한이 대량살상 무기 테스트를 금지하는 조약을 어겼고, 이걸 국제사회를 향한 도발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북한에서는 석탄도 수출할 수 없고, 사치품도 거래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제가 북한에 관한 책을 발행했을 때 출판사로 유엔의 연락이 왔습니다. 책 제목에 북한이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북한으로 판매수익이 들어가는 게 아닌지 유엔에서 감시를 하는 것이죠. 유엔에서는 현재 북한과 관련된 돈거래를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대북정책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나요

  “대북정책의 목적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한이 평화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핵을 없애자고 하는 것 역시 군사적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함입니다. 대북정책은 가장 먼저 비핵화 설득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비핵화가 가져올 장점을 북한에 잘 설명해야 합니다. 

  대북정책에는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외생변수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외생변수는 북한의 참여입니다.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우리는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런 노력들을 수용하지 않아 대북정책이 큰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북한이 평화 통일 논의에 호응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 진전에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대북정책은 대상이 국민으로 정해진 다른 정책들과 달리 협상의 상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글 | 이승빈 사회부장 bean@

사진 | 강동우 기자 elli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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