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쌀롱] 오락성을 끝까지 파다 보면 나오는 것: '최애의 아이'
[타이거쌀롱] 오락성을 끝까지 파다 보면 나오는 것: '최애의 아이'
  • 고대신문
  • 승인 2021.11.28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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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알려진 어떤 유명한 격언을 살짝 비틀어 차용해보자면, “충분히 발달한 오락은 심오한 탐구와 구별할 수 없다.” 굳이 사회적 모순의 풍자나 인간성의 성찰을 내걸지 않더라도, 그 반대로 가장 다분히 자극적인 오락적 요소들로만 가득 채워버리는데 결국 비슷한 곳을 향해가게 되는 신기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최애의 아이> (아카사카 아카, 요코야리 멘고)는 고등학생 주인공 남매가 재능과 노력으로 연예계에서 배우와 아이돌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당연하게도 개성 있는 주변 인물들과의 우정이나 ‘썸’이 더해지며 러브코미디 요소도 있다. 난관과 극복이 있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전개 방식이다. 좀 과장하자면 극 중 퍼포먼스의 묘사가 이래로 가장 박력 있게 느껴질 정도로 박력 있고 능숙한 전달력도 장점이다.

  여기까지는 그냥 평범한 인기작 공식 같은데, 여기에 여러 층위가 겹겹이 쌓인다. 먼저 쌍둥이 오빠인 아쿠아와 여동생인 루비는, 전설의 아이돌 호시노 아이가 열여섯에 낳은, 세간으로부터 숨겨둔 친자식들이 다. 그런데 또, 이들은 원래 호시노를 최애로 삼았던 아이돌 팬이 죽어서 환생한 것으로, 심지어 아쿠아의 전생은 그 아기들을 받기로 했던 산부인과 의사였다. 그런데 또, 루비는 그 의사가 원래 호시노에게 빠지게 된 계기를 제공했던 환자였다. 그런데 또, 호시노는 아이돌로서 성공을 구가하던 중에 아이들의 눈앞에서 스토커에게 살해당한다. 그런 과거를 딛고 연예계로 들어오는 이야기인 것이다. 화려한 연예계 성장물 위에, 어머니의 복수를 하려는 복수 추리극에, 꼬일 대로 꼬인 로맨스 코드까지 심어진 셈이다.

  그런데 그게 여간 잘 섞여 들어가는 정도가 아니다. 이런 설정인데 허투루 넘어가지 않다보니, 아쿠아의 호시노에 대한 마음은 동경하는 팬이자, 엄마에 대한 애착이자, 다면적으로 살다 간 한 명의 인간에 대한 존중이 교차한다. 여기에 물론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 사건 자체의 트라우마가 끼어든다.

  이 만화는 매사가 이런 식이다. 수많은 오락적 요소들을 빼곡히 파고들며, 복합적인 생각거리들을 길어 올린다. 일찍부터 고찰하는 아이돌의 의미에 대해서는, 거짓말로서 이상적인 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은 마냥 낭만적이지도, 그렇다고 위선적이지도 않은, 이 사회에서 수행되는 자아와 사회의 교류 방식이다. 사회학자 고프먼의 무대행위론을 강의할 때 이보다 더 깔끔한 예시가 없을 것 같다.

  여러 오락적 전개를 동시에 펼쳐야 하기에, 예능이라는 업종을 묘사하는 방식도 섬세하다. 마냥 사악한 거대음모가 앞길을 가로막는다거나 시청률에 목을 맨 악인이 주인공들을 핍박하는 식으로 단순화된다면 금방 전개가 막힐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현실적으로, 연예계는 프로들의 직장이며 일련의 업무관행과 그간의 성공 공식에서 만들어진 방향성을 가진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이해관계를 지니고 경쟁과 협력을 하며, 과정은 공정하지 않고 결과는 공평하지 않다. 그리고 모두 그런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미디어산업의 정치경제학 접근을 설명할 때도 역시 이 작품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청중들에게 다뤄지는 연예인들의 모습도 그렇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문자 그대로의 공인이 아닌데도 공인으로 호명되며 실제로는 탈인격화된 장난감 취급되는, 경우에 따라서 손쉬운 숭배나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경계선상의 위치 말이다. 온라인 미디어 환경의 사회관계를 논하기에 딱 좋다.

  오락성을 겹겹이 끝까지 밀어붙이며 추구하는 작품은, 한순간의 즐김으로 끝나지 않는다. 깊은 여운을 준다거나 하는 말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하다 보면 세상 그 자체의 모습을 반추하게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오락의 역할이다.

 

김낙호 만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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