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성장 위해 대학평가 시작

획일화된 지표 지양해야

“사회변화 따라잡는 평가되길”

 

신현석 교수는 "좋은 대학평가란 대학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드는 평가"라고 말했다.
신현석 교수는 "좋은 대학평가란 대학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드는 평가"라고 말했다.

  BK21+평가, 공학교육 인증 평가, 중앙일보 대학평가 등 국내에선 다수의 대학평가가 시행되고 있다. 좋은 대학평가란 무엇일까. 한국 대학평가의 의미와 동향, 미래를 분석한 신현석(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평가의 활용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학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학 운영에 도움이 되는 평가 위주로 전략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대학평가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나요

  “대학평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그 주체에 따라 정부 주도형, 인증기관 주도형, 언론사 주도형 평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정부 주도형 평가는 대학의 재정적 지원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평가입니다. 정부에서 지원 사업에 대한 공고를 올리면 대학은 사업 계획 및 실적을 바탕으로 사업을 신청합니다. 정부는 제출된 서류들에 기반해 지원할 대학들을 선별하고 이렇게 선별된 대학은 받은 지원금에 상응하는 결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일종의 책임을 묻는 평가인 것입니다.

  정부에서 인정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증기관에서는 인증기관 주도형 평가를 통해 대학의 분야별 교육역량을 검토합니다. 공학교육인증평가, 법학전문대학원 평가를 그 예시로 들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인증기관은 대학이 각각의 학문을 가르칠 충분한 역량을 가졌는지를 평가합니다. 큰 틀은 정부가 주도하는 평가와 같지만 자발적으로 구성된 단체의 평가이기에 대학 입장에서 부담감이 덜한 편입니다.

  언론사 주도형 평가는 올바른 대학정보를 제공하고, 대학 간 생산적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언론기관에서 직접 실시하는 평가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중앙일보 대학평가, QS 아시아권 대학평가, 동아일보 청년드림 대학평가가 있습니다. 이 세 가지 평가는 각기 다른 지점을 평가합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대학의 전반적인 역량을 평가하는 종합평가형태입니다. 조선일보의 QS평가는 연구 실적을 가장 주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청년 실업문제에 관한 대학의 책임을 지적하며 취업과 창업 지원을 중요 지표로 평가합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두 가지 평가보다 언론사 주도형 평가가 공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사적 평가의 지평을 확장한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합니다.”

 

  - 한국 대학평가는 어떻게 출발했나요

  “세 가지 대학평가의 시작은 모두 다릅니다. 인증기관의 대학평가는 대학들 간의 자체 평가에서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에 고등교육을 받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대학 평가의 필요성이 강조됐어요. 이에 1982년, 전국대학의 운영 실태를 평가하기 위해 4년제 대학을 회원으로 구성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학이 스스로를 평가한 지표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협의회의 평가는 이명박 대통령 때부터 정부에서 평가를 인정해주면서 그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순위를 매기는 대학평가도 늘어나기 시작했죠.

  정부 주도 대학평가는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의 ‘5·31 교육개혁’으로 시작했습니다. 기존 공급자 중심의 교육을 수요자 중심으로 개혁하기 위해 공급기관인 대학의 경쟁을 고무시키는 수단으로 대학평가 논의가 이뤄졌어요. 본격적으로 정부가 대학평가에 관여하기 시작한 시기는 1998년 김대중 정부 때입니다. 당시 대학 개혁을 추진하며 우수 대학을 선발해 정부가 재정지원에 나섰습니다. 이렇게 2000년대 이후 정부 주도형 대학평가가 고등교육 정책의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언론사가 주도하는 대학평가는 대학에 관한 국민의 궁금증을 알리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습니다. 1994년 중앙일보에서 진행한 평가가 처음이었죠. 당시 대학정보에 관한 공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그 정보를 공개할 필요를 느꼈던 겁니다.”

 

  - 현행 대학평가제도의 문제점이 있다면

  “대학평가의 종류가 상당히 많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평가기관들은 나름의 기준을 세워 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에 평가의 수를 함부로 줄이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많은 종류의 평가를 대비해 각 대학에는 대학 평가를 대비하는 부서가 생겼습니다. 본교에도 평가팀이 따로 존재합니다. 평가는 대학행정에서 부수적인 부분이지만 최근에는 주객전도가 돼 평가 관련 업무가 과중하게 지워지고 평가를 위한 전문인력을 다수 확충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대학행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대학평가는 개편돼야 합니다.

  평가들이 대학을 획일화한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지표를 기준으로 모든 대학의 순위를 매기다 보니 최근 대학들은 평가지표의 점수만을 올리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쟁은 대학들을 획일화시키게 됩니다. 모든 대학을 똑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대학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과 다양한 성장 가능성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대학평가에 대학본부가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평가 하나하나에 신경 쓰며 스스로 굴레를 씌우고, 평가가 많다 보니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학교 실정에 맞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대학이 평가를 선택하게 해야 합니다. 평가 기준과 체제에 맞춰 평가받는 것은 대학을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학교 실정에 맞게 대학평가 또한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발전을 해야 합니다.”

 

  - 좋은 대학평가란 무엇인가요

  “좋은 대학평가란 대학이 혁신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도전을 하게 하는 평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마다 적응적 평가 모형을 만들어야 합니다. 즉, 대학의 상황, 특성, 대학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와 문화를 반영해 발전 모형을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의 경우 기본역량이 잘 갖춰진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를 똑같은 기준과 잣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큰 대학은 그 대학의 수준과 역량에 맞는 평가를 해야 하고, 지방의 중소 규모 대학들은 그곳에 맞는 기준을 적용해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학정보공시제를 강화해 따로 자료를 준비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평가가 이뤄지게 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대학정보공시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평가 체제가 정착된다면 대학은 평가자료 준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뿐만 아니라 평가 정보를 활용하는 산하 기관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이 기관들이 대학평가정보 플랫폼으로 기능하면서 입력된 정보들을 가공하고 순위를 매겨 국민들에게 공개하면 됩니다. 지금처럼 대학정보공시제와 여러 기관의 평가가 혼재하는 상황은 대학이 평가를 대비해 여러 자료를 만들어서 제출해야 해 필요 이상의 행정력 낭비를 낳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대학정보공시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평가 순위가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기에 대학은 적극적으로 평가에 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대학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할 수는 없습니다. 대학의 변화 과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평가에는 힘을 빼는 선택과 집중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 | 조은진·윤혜정 기자 press@

사진 | 강동우 기자 ellipse@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