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교환학생 단톡방에 미국 입국 심사가 강화될 것이라는 안내가 올라왔다. 캘리포니아에서 첫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오미크론의 미국 내 첫 확진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을 다녀온 부부였다.

  지난 2일 기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하루 코로나 확진자 수는 8561명이다. 이곳의 백신접종률은 약 24%고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 백신접종률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영국 공중보건국의 연구에 따르면, 두 차례의 화이자 백신 접종을 통해 델타 변이 감염은 약 88%, 증상으로 인한 입원은 약 96%가 예방된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또 다른 변이가 발생한 것은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을지 모른다.

  이런 상황을 두고 전 세계에서 백신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두드러진다. 어떤 국가에서는 부스터샷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한편, 어느 곳에서는 백신 공급이 부족해 1차 접종마저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실제로 전 세계 백신의 90%가 주요 20개국(G20)에 몰려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내부는 또 다른 난관을 겪고 있었다. 부족한 백신 공급량도 문제지만 의료당국과 백신에 대한 불신도 심각하다. 짐바브웨와 말라위 등의 국가들에서는 백신 불신으로 인해 백신 제조사 및 기부자들에게 그 공급을 유예할 것을 요청했다.

  아프리카의 백신 불신 및 기피 현상은 과거 서구 열강이 저지른 역사적 원죄의 그림자다. 식민통치 기간에 있었던 제국주의 국가들의 생체실험부터 속임수로 신약 임상실험을 진행한 다국적 제약회사들까지.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착취는 장기간 지속됐다. 심지어 작년에도 프랑스의 한 의사가 코로나19 백신을 아프리카에서 시험할 것을 제안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빚어진 불신을 단순히 아프리카에 백신 수천, 수만 개를 던져주는 것만으로 해소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당장 코로나 종식을 기대하는 건 어렵다. 선진국에서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확진자 수를 크게 줄여나가도 아프리카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은 이미 의료, 경제 등 다양한 면에서 큰 차이가 벌어졌다. 백신 불신이라는 제국주의 시대의 역사적 부채를 짊어지게 된 현재 세대가 이를 해결할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 코로나는 공간에서 유발됐지만, 역사라는 시간에 의해 지속되고 있다.

 

이승빈 사회부장 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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