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동생의 수능이 끝났다. 중요한 시험은 끝났지만 아직 입시의 끝은 아니기에 우리 집은 계속 긴장 모드다. 가채점표 점수를 확인하고, 수시로 지원한 대학들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들은 동생과 동생 친구들의 수시 1차 결과는 여러모로 놀라웠다. 적정과 하향으로 생각했던 학교들에서 우수수 슬픈 소식만 전해진 것이다.

  각 고등학교에는 내신 별로 대학 합격 범위에 대한 경험치가 존재한다. 동생은 내가 다녔던 자사고를 다니고 있기에 나 또한 동생 성적을 어림해가며 대학 지원 마지노선을 가늠하곤 했다. 그런데 그 예상들이 빗나가 버린 것이다. 동생의 담임선생님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동생의 주변 친구들에게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슬며시 물어보았다. 그러자 자사고 폐지 논의가 진행되면서 대학들이 교육부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노력이 물거품 될 것 같아 두렵다고 덧붙였다.

  2017년 자사고 폐지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후, 2020년 2월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외고 등의 법적 설립 근거를 2025년 삭제하도록 했다. ‘기회의 평등’과 ‘조건의 균등’의 관점에서 고교 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다. 2019년 재지정평가로 지정취소 위기에 놓여있던 자사고 10개교가 지정취소 가처분 소송까지 전원 1심 승소했지만, 정부는 자사고 일괄전환을 강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자사고·외고의 대입 약세에 대한 뉴스가 빈번하게 나온다. 현장의 입을 빌어 주요 대학 합격자 수가 전년도에 비해 3분의 1까지 줄었다고까지 한다. 점점 간소화되는 생활기록부와 블라인드 면접 등으로 입시결과 예상치가 혼미해지는 형국이다.

  이쯤에서 짚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줄곧 중학생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자사고나 외고 같은 특목고에 입학하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야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고 기대했기에 중학생 때도 열심히 공부했다. 나 또한 그랬고, 내 동생과 동생의 친구들도 그랬다. 정부의 교육기조가 자사고 폐지로 간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노력은 존중받아야 한다. 공정의 잣대가 현장의 학생들과 되려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동생의 결과 때문에 든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조은진 기자 zephy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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