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노바디>

별점: ★★★★★

한 줄 평: 아무도 완벽한 선택을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아름답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왼발과 오른발 중 어느 쪽부터 양말을 신을지부터, 이번 학기의 질을 결정하는 수강신청 지망을 고민하는 일까지 분야도 다양하죠. 때로는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미래의 선택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만약 내 선택에 따른 결과를 미리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완벽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미스터 노바디>의 주인공인 니모 노바디는 망각의 천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미래를 볼 수 있는 상태로 태어납니다. 영아 시기를 지나 초등학생이 됐을 때, 니모의 부모님은 이혼을 결정합니다. 혼란스러워 하던 니모는 엄마와 아빠를 선택했을 때 벌어질 결과들을 보기 시작합니다. 니모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때 가장 행복할까요?

  이 영화는 니모가 겪게 될 9가지 인생을 보여주면서, ‘완벽한 선택’ 같은 건 없다고 말합니다. 세상은 나의 선택만으로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죠. 여러 경우를 떠올려 볼까요? 시리가 비 올 확률이 20%라고 했지만, 하필 소나기가 내릴 수도 있고요. 젖은 옷을 정리하던 중에 타기로 했던 버스를 놓칠 수도 있어요. 꼭 타야 해서 버스를 급히 따라가는데, 배달 재촉 전화를 받고 신호를 위반하던 오토바이에 치여 병원 신세를 질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다루면 오히려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습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우연의 연속이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무의미한 존재인가요?

  니모도 9가지 인생에서 같은 질문을 던지며 살아갑니다. 어떤 니모는 아무 의지 없이, 동전의 양면으로 모든 결정을 내립니다. 또 다른 니모는 시간의 흐름과 구조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영화에는 9명의 니모가 각각 그 질문에 답해가는 과정이 녹아 있습니다.

  9개의 미래가 얽히고설켜 전개되는 <미스터 노바디>는 어렵습니다. ‘내가 본 게 뭐지?’ 싶을 수도 있습니다. 인과관계가 엉망인 꿈을 꾸는 것 같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두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겁니다. 먼저, 9개의 삶이 갖는 다채로운 색감입니다. 빨강, 노랑, 파랑 세 가지 색을 중심으로 각 미래가 보여주는 색들을 살펴 보세요. 두 번째는 영화가 주는 응원의 메시지입니다. 후회 없는 선택은 없고 결과도 예측 불가능하기에, 결국 모든 길은 올바를 것이라는 응원이요.

  점심 메뉴를 다른 것으로 먹어 볼걸, 어제 그 영화 보지 말걸. 내가 먼저 연락해 볼걸. 오늘도 지나간 자신을 붙잡고 후회 속에 살아가고 있나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렵기만 한가요. 앞으로의 하루를 기대로 채우고 싶다면, 가장 행복한 인생을 살았던 마지막 니모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류서희(자전 미디어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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