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투자 접근성 높아져

“갤러리의 기능은 변화할 것”

“소유와 향유 동시에 잡아야”

 

신건우 작가의 NFT 작품 <Blue Candle Boy>
신건우 작가의 NFT 작품 <UNIVERSE>

 

  2021년 국내 미술시장은 대호황을 맞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든 이후 2006, 2015년에 이어 국내 미술시장에 나타난 세 번째 붐이다. 코로나 이전 미술시장이 원활히 운영되던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미술시장의 판매액은 2462억 원으로, 2019년의 2배에 가까운 규모를 보였다. 이처럼 최근 몇 년간 미술시장의 투자 열기가 눈에 띄게 커졌다. 특정 장소에서 미술품을 감상하고 거래하던 전통적인 방식과는 달리, 오늘날 미술시장은 SNS와 플랫폼상에서 영업처를 마련해 미술품을 팔거나 투자자를 모집하는 형태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은 최근 미술품 투자 열기는 경매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난다“2021년에 접어들며 낙찰률이 80% 이상에 달하고, 한 번 경매할 때마다 100억 원 이상이 팔리는 등 1년 가까이 아주 좋은 장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미술시장은 블록체인 기술과 접목하며 투자 열기를 돋우고 있다. 작가들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인 *NFT 작품을 제작하고 판매해 가상화폐 시장 속에서 판매방식을 다변화한다. 홍기훈(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인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과 미술작품이 가지는 고유성에 대한 환상으로 더 많은 이들이 NFT 아트에 주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술의 새 행보, NFT

  과거 미술시장은 부유층의 고액 투자가 독점적으로 자리했던 반면 오늘날 미술품 시장은 비싼 자산을 지분 형태로 쪼개 공동투자자들이 나눠 갖는 조각투자로 투자의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미술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며 큰 손컬렉터부터 미술관, 개인까지 다양한 수요층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조각투자 열풍은 작품 한 점을 여러 개의 판본으로 제작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NFT 시장과도 시너지가 났다.

  최근에는 조각투자가 단순한 지분 분산을 넘어, 각각의 NFT가 작품의 부분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분산돼 거래되기도 한다. 151억 원의 유명 작가 뱅크시의 작품 <사랑은 공중에>1만 조각의 NFT로 나뉘어 한조각 당 약 176만 원에 거래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을 통한 투자도 활발하다. 여기서는 한 작품을 여러 사람이 공동 소유하는 방식을 통해 소액으로 미술품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열매컴퍼니김재욱 대표는 “2018년부터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들이 등장하며 대중들의 참여가 빠르게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NFT는 하나의 미술작품을 두고, 이를 원화로 판매하는 것 이외에 제2, 3의 방식으로 고유한 판화를 판매할 수 있다. 이러한 NFT 작품시장은 국제적으로 투자정보 교류가 활발해 해외 시장의 흐름에 국내 투자자들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NFT 작품이 가진 희소성의 가치가 효과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NFT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예술에 관심을 가지는 작가들도 작업에 NFT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 11, 카카오톡 기반 NFT 서비스인 클립드롭스를 통해 첫 NFT 작품을 선보인 신건우 작가는 다양한 미디어로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에 NFT 작품을 시도했다기술을 통해 예술을 향유할 방법이 확장됐다는 점에서 창작자 외 관람자에게도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 생긴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외 유명 작가들도 NFT를 통해 자신의 관념이나 정치적 의미를 드러내기도 한다. 시각예술가 드레드 스콧(Dread Scott)은 한 남성을 경매대 위에 올려둔 영상 <White Male for Sale>NFT로 발행해 사람은 원래 대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전문가들은 미술계에서 NFT 작품의 활발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데에는 기존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서진수 소장은 “NFT는 가상화폐 지갑을 만드는 등 투자를 위한 기초작업이 필요한데, 최근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참여도가 높아지며 많은 이들이 투자에 필요한 조건을 기본으로 갖추었기에 자연스레 NFT 작품에 투자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 가치 알고 투자해야

 

NFT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쉽게 NFT를 발행하고 구매할 수 있다.

   앞으로 미술시장은 기존의 미술품 거래와 달리, 디지털상에 구매 이력이 모두 남는 NFT를 이용한 새로운 거래관행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는 작품이 갤러리, 전시장 등의 물리적인 공간에서 공개된 후 소수의 고객들이 이를 구매했다. 이제는 갤러리를 거치지 않고도 대중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으며, 거래 과정은 투명해졌다. 김남시(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교수는 작품의 유통 과정에 변화가 생기며 갤러리의 변화는 불가피해진다새로운 방식으로 구매자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 말했다.

  거래이력이 모두에게 가시화되는 NFT의 특성상 작가와 그를 둘러싼 커뮤니티의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판매와 구매 기록뿐 아니라 작품의 소유자까지 모두 알 수 있기에, 이에 근거한 일종의 취미 공동체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NFT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커지며 투기 과열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국내 미술 시장의 경우, 전체 규모도 작은 편인 데다가 투자 대상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홍기훈 교수는 조각투자로 인해 접근성이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예술시장과 사업, 작가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와 지식이 부족한 투자자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이러한 투자자들은 미술품의 가치를 주체적으로 감정하고 평가할 역량이 부족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김남시 교수는 넓은 의미에서 미술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여기서 작동하는 투자의 흐름은 미술에 대한 관심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미술품 투자의 자세와 조건에 대해 소유향유를 동시에 추구할 것을 강조한다. 서진수 소장은 미술품을 향유하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과 안정감을 충분히 누리는 투자야말로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신건우 작가 역시 미술이 사행적인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지양하고, 많은 사람이 미술을 더 넓게 공유하며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NFT(Non-Fungible Token) : 디지털 파일과 구매자 정보를 블록체인 기술로 기록해 고유한 원본 파일임을 증명해주는 암호화 기술

 
글 | 박다원·이현민 기자 press@
사진 | 문도경 기자 dodo@
사진제공 | 신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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