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

  <좋은 생각>이라고 오랫동안 꾸준히 봤던 월간잡지가 있다. 가끔 수업 시간에 “좋은 생각에서 읽은 건데···. ”라고 하며 소개한 이야기도 좀 있고, 거기 글 하나를 내 홈페이지에 게시해 두기도 했는데 이제 이렇게 학교신문을 통해서까지 소개하게 되었으니 내가 <좋은 생각>을 좋아하는 건 분명하다. 한 20년 정도의 분량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지고 있던 모든 권을 서너 번씩은 읽었을 것이다.

  좋은 생각의 글은 짧다. 아무리 길어도 네 쪽을 넘기지 않고 대부분은 한쪽이 전부며 어떨 때는 서너 줄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대부분 누구의 삶에서라도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어서 읽는 데 부담이 없고 그래서 잠깐 비는 시간에도 가볍게 책을 펼치게 된다. 그냥 스윽 읽고 지나가게 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느 권을 펼치더라도 ‘아, 이런 일도 있구나,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감동을 하게 하는 이야기, 안타까움에 쉽사리 글의 여운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잠시나마 우리 삶을 돌아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가 한두 개는 꼭 들어있다. 누구나 다 나름의 사연을 갖고 살아가고 있겠지만 <좋은 생각>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세상에는 참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이런 일도 있구나, 저런 일도 있구나, 나에게만 특별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니구나 하는 포근함과 함께 묘한 위안을 얻는다. 

  가끔은 두고두고 곱씹게 되는 주옥같은 명문이 있다. 그 중의 하나로 학생들에게 꼭 전달해 주고 싶어 내 홈페이지에 게시해 둔 글은 다음과 같다. <좋은 생각> 2007년 5월호 78쪽에 실린 글이다. 

 

  정약용은 강진에서 무려 18년 동안이나 유배돼 있었다. 형 정약전처럼 시골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하루는 열다섯 살짜리 소년이 의기소침하여 말했다. 

  “선생님, 저는 둔하고, 꽉 막혔고, 미련합니다. 이런 저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정약용이 말했다. 

  “너는 공부하는 자가 갖기 쉬운 병통이 하나도 없구나. 기억력이 뛰어나면 소홀하기 쉽고, 글짓기 재주가 많으면 들뜨기 쉽고, 깨우침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비록 미욱하더라도 부지런히 애쓴 사람은 빛이 난다.”

  소년은 이 말을 늘 기억했다. 손에 쟁기를 쥘 때도 절대 잊지 않았다. 그가 바로 뒷 날 추사 김정희에게 "지금 세상에 없는 작품”이라 찬사받은 시의 작가 황상이다. 

 

  나는 부지런히 애쓰는 사람이 못 되기 때문에 ‘미욱하더라도 부지런히 애쓴 사람은 빛이 난다’는 말을 직접 하기에는 자격 미달이다. 그런데 <좋은 생각>을 통하여 선현께서 이미 위와 같이 말씀하신 바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다행으로 생각하며 이 주옥같은 명문을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양성덕(이과대 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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