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친구가 유명한 라운지 바에서 생일파티를 열었는데 그 자리에 차은우나 김고은이 왔다면 어떨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신은 ‘오늘 내 친구 ○○ 생일 파티함’이라고 올릴 것인가 ‘친구 생파에 차은우(또는 김고은) 등장!’이라고 쓸 것인가?

  행사 커버 기사의 리드는 차은우를 앞에 쓰느냐, 생일 파티가 열렸다는 (무미건조한) 사실을 알리느냐로 흥미 여부가 갈린다. 

  고대신문 이번 호에는 ‘석탑강의상 시상식 개최’, ‘KU e-Learning 심포지엄’이 2면에, ‘중국연구센터 학술회의’와 ‘외교관과의 만남’이 3면, ‘디자인조형학부 졸업작품전시회’가 5면에 실리는 등 행사 관련 기사가 다수 있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차은우, 김고은 얘기는 빼놓고 친구 생일 파티한다는 뻔한 팩트를 제목과 리드에 담았다.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은 교내 포스터나 학교 측에서 보내는 이메일만으로도 이미 숙지한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기자가 기껏 행사 현장까지 가서 쓴다는 기사가 이미 학생들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정보로서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현장에 간 이상 현장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기사로 담겨야 한다. 

  석탑강의상 시상식에 갔다면 시상식 커버도 커버지만, 평소에 보기 힘든 총장한테 붙어서 고대신문 기자로서 궁금했던 점을 물어봤어야 한다.

  이는 현직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증권부 기자가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참석하는 학술회의에 참석했다면 그건 학술회의 내용을 기사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사장이 무슨 말을 할지 예리하게 포착하기 위해서다. 기자는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는 사람이 아니라 기만하게, 귀를 세우고, 발 빠르게 움직여 남들이 보거나 듣지 못하는 사실을 '캐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줌이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된 행사의 경우는 주요 인물 밀착 취재가 힘들다. 이 경우에는 행사 개최 사실이 아닌 행사의 ‘특이점’을 제목과 리드에 담아줄 필요가 있다. 예컨대 미국 외교관과 만나는 자리라면 그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라이너마이어 외교관이 한미관계나 한일관계 등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제목으로 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가고 싶었다면 연사로 참석한 외교관의 연락처를 받아 후속 취재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타부타 말이 많았으나, 그래도 고대신문 이번호는 기본기를 갖춘 탄탄한 호였다. 기본이 되다 보니 집요하게 뭐라도 잡고 늘어졌다. 꼬투리 잡는 게 기자 일상이라면 일상일까.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편집국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김경림(연합인포맥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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