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현 생명과학대 교수·생명과학부

 

  젠더 이슈는 우리 사회에 어느 때 보다도 매우 중요한 이슈로 논의되고 있다. 최근 대선후보들 간에도 경쟁적으로 젠더 이슈를 좀 더 합리적으로 풀고자 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인 것이 틀림없다. 여성과 남성은 실제로 생물학적으로 분명 다르고 이에 따른 생리적인 측면 및 여러 가지 성격, 행동도 다른 점이 많다. 특히 행동을 살펴볼 때 여성과 남성의 행동이 다른 부분이 상당히 있는데 행동의 조절은 뇌에서 비롯되므로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는 다르다고 추정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특정 행동장애와 관련된 질환의 유병률도 남자와 여자에게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자폐증,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실어증 등은 남성에게서, 불안장애, 우울증, 섭식장애 등은 여성에게서 유병률이 높다. 신경과학자로서 볼 때도, 신경과학자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연구 주제 중의 하나가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가 어떻게 다른가이다.

  그럼 어떻게 다른 것일까? 실제 여성과 남성의 뇌의 구조를 보면 크게 차이 나는 부위는 많이 없다. 다만 뇌가 우리 신체의 2%에 해당하는 무게여서 아무래도 평균적으로 신체가 큰 남성이 그만큼 뇌의 크기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뇌의 크기가 기능과 연결되지는 않으므로 크기가 차이 난다고 하여 더 뇌기능이 뛰어나거나 약하지는 않아, 크기 차이에 관계없이 남성의 뇌, 여성의 뇌는 매우 유사한 기능 역량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과 남성의 뇌에서 이형성(dimorphic)인 부위가 몇 군데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부위가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의 차이, 그리고 그 차이로 비롯되는 성격, 행동의 차이를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의 뇌 영상 분석 연구는 더욱더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가 구조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쪽으로 손을 들고 있다. 하지만 뇌 영상으로 분석한 구조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구조이지만 뇌 영상 분석만으로는 탐색이 어려운 미세구조의 차이, 즉 신경세포나 시냅스연결 등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분자세포적인 조절이 충분히 다를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서로 다른 행동을 이끄는 ‘여성의 뇌’, ‘남성의 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차이는 우리가 태어날 즈음하여 이미 결정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남성의 뇌’를 만드는 것이 바로 여성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는 ‘에스트로겐’(estrogen)이라는 것이다. 에스트로겐은 주로 여성과 관련이 있지만, 남성이 태어나는 전후로 생식샘에서 많은 양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생산되며 이 테스토스테론은 방향화효소(aromatase)라는 효소에 의해 빠르게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어 뇌로 들어가게 된다. 뇌로 들어간 에스트로겐은 뇌에 존재하는 수용체에 결합 후 뇌의 특정 부위의 신경세포 생성을 조절하고 또한 특정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여 ‘남성의 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럼 ‘여성의 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여성의 경우, 같은 시기에 이러한 현상이 아예 일어나지 않아, 결국 출생 전후 발달 초기의 에스트로겐의 부재가 ‘여성의 뇌’를 만들게 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남성의 뇌’는 흥미롭게도 여성호르몬에 의해 형성이 되고 실제 에스트로겐 조절을 발달초기에 받지 못하면 유전적으로는 남성이어도 ‘남성의 뇌’가 형성되지 않아 ‘여성의 뇌’와 차이가 없어지고, 이 경우 어른이 되어서도 남성적인 행동이 많이 결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생애 초기의 이 조절은 ‘여성의 뇌’, ‘남성의 뇌’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으로, 이미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여성의 뇌’, ‘남성의 뇌’가 형성되어 서로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는 신경계가 조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춘기부터 성인시기까지 여성, 남성 모두 각기 다른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생리적인 변화뿐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치고 또한 노출된 환경과 학습은 행동에 많은 변화를 이루어 낸다. 그 와중에 신경생물학적으로 알려져 있는 신경 가소성(Plasticity)은 이런 변화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많은 발견이 동물 실험을 통해 이루어졌고 아직 사람의 경우는 이러한 조절 가설에 논쟁이 있지만, 과학자들은 발생 초기부터 조절되는 복잡한 유전자 발현 조절, 호르몬 신호, 시냅스 연결, 여러 가지 생물학적, 환경적인 요인들을 연구하여 ‘여성의 뇌’, ‘남성의 뇌’를 과학적으로 더 자세히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젠더 이슈를 놓고 계속적인 논의가 앞으로도 지속되겠지만 이러한 생물학적인 조절을 본다면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의 차이는 생물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생명의 신비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서로 갈등만 제안하기보다는 같이 더불어 살아나가는 사회적인 여성, 남성으로서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 이런 신경생물학적인 흥미로운 사실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신경 과학자로서 참으로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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