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 오른쪽 하단의 회색 음영 박스가 눈에 띈다. 한 학기의 마지막 신문인 종간호를 알리는 신호다. 3개월 간의 긴 호흡에 드디어 온점을 찍는 순간, <고대신문> 편집국은 이 마지막을 어떻게 담아내려 했을까. 무슨 시선을 가지고 <고대신문>의 한 해를 마무리하려 했을까.

  모든 일들의 시작과 끝은 뇌리에 깊이 박히기 마련이다. 특히 무언가를 정리하고 매조지는 의 지점은 단순한 마침표라고 생각하기엔 본능적인 거부감이 앞선다. 그래서인지 이번 종간호는 조금이라도 더 뜻깊고 가치 있게, 나름의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신문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위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완벽하게 들을 수 있었다.

  “2022년의 학생사회는 일명 코로나 학번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주축이 돼 이끌어가야 한다.” 종간호의 시작인 1면 첫 문장부터가 그랬다. 학생사회 암흑기 속에서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단호하게 밝히며 신문을 시작했다. 이번 신문의 컨셉이나 테마가 무엇인지 확실히 가리키면서, <고대신문> 편집국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당당히 던졌다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더 반가웠던 것은, 학교의 대표 학보사가 1면을 통해 학생들이 향유해왔던 유·무형의 고대문화라는 것을 다시 알리고 부흥하고자 한다는 의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고대신문>은 단순히 소식을 전달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것 외에도 대학 공동체의 일상사를 기록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작게는 학생 개인부터, 크게는 동아리나 각 단과대로부터 시작된 일상사는 그 작은 파편들이 점차 모이고 응집하며 고대문화를 형성해나간다. 고려대라는 테두리 속에 모인 구성원들의 자부심이 되어주기도 하고 정체성 그 자체로 기능하기도 한다. 20대의 짤막한 대학생활이 끝났을지언정 다시 교우라는 이름으로 고대문화를 추억하고 사랑하고 있는 수많은 선배들이 이를 증언한다. 이번 1면에서부터 시작된 선배들이 고대로 전하는 고대문화기획은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뜻깊다. 과거 학생사회 현장에 있었던 다양한 학내 구성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토대로 고대문화를 증명하고 기억해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기억해낸 고대문화를 앞으로 학생사회를 이끌어나갈 학생들에게 전달했다는 것. 한 학기의 마지막 종간호에 걸맞은 막중한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앞서 종간호 신문에 대해 온점을 찍는 순간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반점을 찍는 순간에 더 가깝다. 비록 20212학기의 발행 일정은 끝났지만 그 다음을 더 기대케하는 기자들의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번 종간호는 학보사 편집국으로서의 사명감으로 매주 더 나은신문을 만들 것이라는 기분 좋은 예고와도 같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고대신문>의 피날레는 아름답다. 이어질 학기에도 편집국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날카로운 기자 정신을 기대한다.

 

박형규(문과대 국문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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