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와 함께하는 기초과학 축제’가 지난 19일과 20일 UN 기초과학의 해를 기념해 본교 이공계 캠퍼스 등지에서 열렸다. 본교 이과대학이 행사 기획과 진행을 맡은 이번 축제는 △기초과학 시설 견학 △기초과학 진흥을 위한 포럼 △기초과학 실험 시연 △기초과학 연구자 대중강연 등으로 구성됐다.

 

  볼 수 없는 세계를 보다

  축제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19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서울센터의 첨단 생물학 시설을 견학했다. 서종복 연구원은 분자의 질량을 측정하는 장비인 초고분해능 분자영상질량분석기(FT-ICR)를 소개했다. 서 연구원이 “병원에서 본 적 없어요?”하고 묻자 한 참가자가 “MRI”라 답했다. 서 연구원은 “원리는 비슷하지만, MRI는 사람이 들어가고 FT-ICR은 분자가 들어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지 않는 분자의 질량 측정 방법을 참가자들에게 묻자 한 초등학생이 “이미 질량을 알고 있는 물질과 비교할 것 같다”고 답했다. 서 연구원은 “분자를 이온화하고 초전도체에 넣으면 분자가 원운동을 한다”며 “질량에 따라 다른 원운동의 크기를 측정해 질량을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한주 연구원이 펨토초 다차원 레이저 분광시스템(FMLS)을 시연했다. FMLS는 펨토초 레이저 펄스를 이용해 작은 단위의 화학 반응을 관찰하는 장치다. 펨토초는 1000조분의 1초로, 빛조차 펨토초 동안 고작 0.3㎛(마이크로미터)만 움직일 수 있다. 이 연구원은 “레이저를 쏘면 고유 스펙트럼을 분석해 어떤 분자인지 알 수 있다”며 장비의 기능을 소개했다. 세로로 진동하는 편광의 원리를 이용해 노트북 디스플레이를 가리자 참가자들이 감탄했다. 백현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서울센터장은 “학생들이 첨단분석 시설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아 과학에 꿈을 키워가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구원이 참가자에게 분자 스펙트럼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기초과학 선입견 깨고 싶어”

  아산이학관에서는 기초과학 연구자의 대중강연도 이틀 동안 진행됐다. 정재호(이과대 물리학과) 교수는 ‘패러데이의 기타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정 교수는 “소리는 공기의 진동이 고막을 흔들면 들린다”며 “마이크는 공기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꿔 소리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직접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을 통해 마이크 없이 녹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교수는 전선을 통기타 줄에 연결해 직사각형 모양을 만들고 사운드카드에 연결했다. 이후 자석을 통기타 줄에 닿지 않게 줄 아래에 고정했다. 줄을 튕기자 마이크 없이도 소리가 녹음됐다. 그는 “전선으로 둘러싸인 직사각형의 면적이 변하면 자석에 형성된 자기장과 반응한다”며 “전자기력이 유도돼 전기 신호가 발생하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라 전했다.

 

 

  ‘Cancer Moonshot-암 정복의 여정’을 강연한 이상원(이과대 화학과) 교수는 “문샷이란 달에 총을 쐈을 때 총알이 달에 도달하기 어려운 것처럼, 거의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말한다”며 “암 정복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설명했다. 암 치료 연구는 mRNA와 단백질의 이해에서 출발한다. 단백질은 세포의 파괴나 암세포 변이를 결정하고, 그 단백질을 mRNA가 만든다. mRNA와 단백질을 통해 환자의 아형(subtype)을 분류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아형을 분류하면 특정 단백질만 목표로 하는 항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유전체와 단백체 연구를 통합해 유전 단백체를 연구하고 있어 암 환자 분류가 더 세밀해졌다. 이 교수는 “일반 대중은 기초과학이 실생활과 거리가 멀다는 선입견이 있다”며 “기초과학 연구자가 암 치료같이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연구도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원 확대하고 교육 혁신해야

  기초과학 진흥과 연구자 양성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포럼이 19일 메디힐 지구환경관 유임순홀에서 열렸다. 이준엽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자연과학단장은 기초과학 지원 예산 추이를 제시하며 “기초연구 예산에서 기초과학 예산이 4분의 1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5년간 기초과학 지원 예산은 1조2700억 원에서 2조550억 원으로 약 2배 늘었다. 그는 “늘어난 금액도 제4차 과학기술 기본계획에 의한 것이었다”며 “제5차 과학기술 기본계획엔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다”고 꼬집었다.

  조익훈 서울시립대 자연과학대학장은 “기초과학 교육이 중요함에도 연구 성과가 없어 정책 입안자들이 이를 납득하지 못한다”며 교육 낙후 원인을 제시했다. 조 학장은 “기초과학이 성과를 내기 위해 대학 간 학점 교류를 강화하는 것뿐 아니라 학교별 전문 강의를 지정해 학생들이 전문성을 키우고, 대학원에 진학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과학 원리, 눈으로 확인했어요”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수학 퍼즐 풀이와 물리 실험 시연은 양일간 하나스퀘어에서 진행됐다. 수학 퍼즐 풀이는 참가자가 각 점을 한 번만 지나는 최단 경로를 만든 뒤, 유전 알고리즘을 통해 답을 확인하는 활동이다. 유전 알고리즘은 생물의 유전과 다윈의 적자생존 이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계산 모델이다. 참가자들은 답을 확인한 후 원리 설명을 듣고 사탕을 받았다. 박지효(여·13) 양은 “경우의 수가 많아 맞추지 못했지만, 경로를 그려냈을 때 기뻤다”고 말했다. 진행을 맡은 황영진(대학원·수학과) 씨는 “어려운 내용임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해준 아이들에게 고맙다”며 “아이들이 문제를 풀고 성취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고 전했다.

  로비 한쪽에서는 역학 원리를 보여주는 물리 실험 시연이 진행됐다. 추의 진동수가 줄의 길이에 따라 모두 다름을 보이는 실험이었다. 조성웅(이과대 물리학과) 교수는 “모든 물체는 고유진동수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각운동량 보존 법칙 증명 실험이 진행됐다. 바퀴를 돌린 후 바퀴가 달린 막대를 여러 각도로 흔들어도 바퀴는 멈추지 않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최진혁(남·12) 군은 “이론으로 배우던 내용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학부생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다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더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진행자가 체험을 통해 ‘각운동량 보존 법칙’을 설명하고 있다.

 

글 | 김인엽·전수현·최민서 기자 press@

사진 | 김태윤·양수현 기자 press@

사진제공 | 교육매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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