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3년에 창립된 존스홉킨스대학의 초대총장인 다니엘 질만(Daniel Coit Gilman)은 “훌륭한 대학은 교육, 연구, 출판의 세 가지 주요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대학 본연의 기능인 출판을 담당하는 분야가 바로 대학출판부이다.

출판부는 대학의 부속기관으로서 대학의 구성원들의 연구 성과물을 책을 통해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보급한다. 일반적인 상업출판사에서는 원고의 질이 우수하더라도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전문적인 학술 원고를 출판하더라도 판매상의 손해를 출판 보조금 등의 명목으로 저자에게 전가한다. 이러한 우리의 출판계 상황에서 대학 출판부는 상업성은 없으나, 전문적이고 학술적으로 우수한 원고를 간행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대학 출판부는 상업 출판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의 도서를 만들고 있다. 본교 출판부의 예를 들어보면 <영문법의 실체와 이해>, <구조에서 감성으로>, <베이즈 추론>이 2003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 도서에 선정됐고, <정지용 사전>, <염상섭 소설어 사전>이 2003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지정됐다. 

대학 출판부의 중요한 역할 중 또 하나는 강의 교재의 출판이다. 신입생들이 공통적으로 수강하는 교양 필수 과목의 경우에는 그 대학 출판부에서 교재를 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대학 출판부에서 해당 교수들의 연구결과를 엮어내 발간한 책이 전공과목 교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학 출판부의 이러한 성격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학술적인 내용을 주로 출판하다보니 일반 독자들에게 외면당하기 쉽다. 권영자 서울대 출판부의  출판 기획과장은 “‘대학 출판부는 학자만 상대하느냐’ 는 비판이 있지만 그렇다고 일반 대중에게 영합하는 소설만 출판할 수는 없다”며 “이는 대학 출판부의 공통적인 딜레마” 라고 말했다.

재정적인 문제도 있다. 대학 출판부의 책이 소수의 독자층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학 측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대학 측의 지원이 많지 않은 편이다. 건국대 출판부의 주홍균 편집과장은 “대학의 예산 배정과 배려가 필요하다” 며 “대학 출판부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대학 출판부의 위상과 역할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여러 번 있어왔다. 서울대 출판부는 <한국의 탐구>시리즈 등과 같은 고급 교양서를 통해 일반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하고 있다. 본교 출판부에서도 학술적이면서 일반 독자와 공유할 수 있는 장르인 문학 분야를 특성화하고 있다. 시어사전, 소설어 사전을 비롯해 <서양 문학의 향기> 시리즈를 발간 중에 있다. 기본적으로는 학술 출판의 기능을 가져야 하지만, 우수한 필자를 발굴하고, 기획범위를 넓히려는 노력이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등은 대학 출판부이지만, 아동도서부터 사전류까지 종합 출판사로의 역량과 사회적 인지도를 갖추고 있다. 일반 독자들이 손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를 대학의 연구자가 편집, 출판하는 것은 대학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학의 출판을 통해 교육이 ‘강의실’이라는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학이 생산한 진리를 보편화, 대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또한 대학에 있어 학교 이미지를 높이는 방법이 된다.

한편, 출판된 책에 따른 수익은 연구에 다시 투입되기도 한다. 본교 출판부의 경우 연구비 지원 형식으로 본교 교수들에게 이익금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대학 출판부의 출판 성과는 그 대학의 연구 성과에 달려있다. 이는 대학 출판부가 기본적으로 대학의 부속기관이기 때문이다. 김철 본교 출판부 편집장은 “학문 사회에서 훌륭한 성과물이 나올 때에 좋은 출판물이 나온다” 며 “더불어 좋은 원고를 대학 출판부 쪽으로 유인해 내고, 기획의 범위를 넓히는 등 출판부 자체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출판부의 도서 목록은 그 대학의 학문적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대학 출판부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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