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8일 양일간 정기 고연전(高延戰)이 열린다. 정기전만큼 양교의 관심과 열기속에 치러지는 경우가 없음은 주지하는 바다. 우리는 오늘 여기서 일제 강점기 불우했던 시절의 얘기까지 떠올리며 고연전의 기원(起源)을 다시 더듬거나, 오늘에 있어 고연전의 새로운 의미를 찾자는 식의 요란을 떨 생각은 추호도 없다. 『군중과 권력』의 저자인 엘리아스 카네티류의 인류학적 의미를 거론하거나, 스위스의 분석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의 ‘집단 무의식’의 개념을 빌어 가면서 그 상징성을 찾고자할 생각 또한 없다. 

 “산이 있기에 산에 오른다”고 하지 않던가. 열심히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무슨 연유로 그리 땀을 뻘뻘 흘리며 등산을 하느냐”고 묻는 것만큼 어리석은 질문도 없다. 산을 오르는데는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데서 엘리트주의, 학벌주의, 집단주의 운운(云云)하며 무슨 이데올로기적 의미를 찾아내려고 든다면 그야말로 넌센스다.

고연전은 기원으로 보나 그 이후의 경과로 보나 미더운 동지 또는 영원한 맞수로 미칭(美稱)되는 라이벌이 벌이는 순수한 일개 친선 스포츠 축제에 불과하다. 아닌 말로 빡빡한 일상속에서 잠시 일탈하여 삶에 액센트를 주면 그만이다. 요는 이러한 스포츠 제전을 맘껏 즐기되, 잔치가 끝나면 즉시 일상으로 복귀하여 각자 본연의 자리를 되찾자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 조지훈은 『친선의 노래』에서 이렇게 노래한 게 아닐까. “우리 오늘 만난 것은 얼마나 기쁘냐. 이기고 지는 것은 다음 다음 문제다.” 화창한 초가을 잠실벌에서 벌어지는 축제를 맘껏 즐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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