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역사(歷史)있는 고대(高大)의 교가(校歌)를 작곡(作曲)함의 광영(光榮)을 느끼고 작사자(作詞者) 조지훈 교수(敎授)의 청탁(請託)을 쾌락(快諾)했습니다. 작곡에 앞서 작사자(作詞者)와 수차(數次) 내용(內容)과 기분(氣分)에 관해 숙의(熟議) 했습니다. 교가의 본질(本質)로서 첫째 고상(高尙)하고 함축(含蓄)이 있어야 할 것, 둘째 고대(高大)의 전통(傳統)인 ‘힘’의 표현(表現)이 있어야 할 것, 셋째 가사가 가진바 학교(學校)를 설명(說明)한데 대해 충분히 배의(配意)할 것, 넷째 작곡자(作曲者)인 저의 의사(意思)로서 되도록 한국 정취(情趣)가 떠오르게 할 것, 이런 것 이었습니다.

여태까지의 경험(經驗)으로 보아 교가란 이렇게 구유(具有)할 조건(條件)이 많기 때문에 이렇고도 끊임없이 학생에게 매력(魅力)을 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기란 용이(容易)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이상(以上)의 조건 아래 세 가지의 노래가 작곡되었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유 총장 댁에서 총장님을 위시(爲始)하여 몇 학장, 그 밖의 몇몇 교수와 작사자 조교수(趙敎授) 이렇게 여러분이 모이신 가운데 작곡자인 저의 자창(自唱)을 듣고 고르신 것이 이번의 발표(發表)된 교가입니다.

이 교가는 위에 말한 네 가지 조건 중에서 제가 보건데 첫째와 둘째에 치중되어 있고, 넷째의 한국적인 요소는 희박(稀薄)하다 하겠습니다. 곡조(曲調)는 공명(公明) 정대(正大) 장엄(莊嚴) 그러면서도 넓은 포용력(包容力)을 내포하고 있는 C장조(長調)를 택(擇)했습니다. 4/4박자는 방정(方正)하고 무게가 있습니다. 속도는 의식(儀式)때에는 행진곡(行進曲)보다 조금 느리게, 운동(運動)때나 행유(行遊)때는 빠르게 불러 ‘리듬’을 강조(强調)하여 ‘힘’을 자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약간(若干) 전문적인 견해(見解)도 섞여서 곡조의 구성(構成)을 설명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곡은 3부분(部分)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북악산~”부터 “~ 빛을보라”까지, 둘째는 “겨레의~”부터 “~전당이 있다”까지, 셋째로는 후렴입니다.

제일(第一)부분(部分) 변격(變格)소절로 시작하는 “북(北)”소리는 중강, 4도 상향(上向)하여 주음(主音)으로 “악산(岳山)”을 부르는데 강도(强度)는 “악(岳)”음(音)에 있고 이 때문에 처음부터 듣는 사람에게 압도감(壓倒感)을 주도록 되는데 더욱 최초(最初)의 동기(動機)(전곡(全曲)을 형성하는 초두(初頭)의 2소절)는 4도 6도 4도 5도 이렇게 음절의 도약(跳躍)이 심한 것은 마치 북악산의 험준(險峻)한 산맥을 표현한 것입니다. “안암의 언덕에~”로서 최초의 동기에 유사하나 온건하게 발전한 새동기는 약간 다정하면서 다음 “퍼져나는 빛을 보라”의 순차(順次) 진행(進行)을 이행(移行)하는데 이 순차진행은 자욱히 떠오르는 분위기를 연상(聯想)시킨다.

제 2부분 “겨레의”의 삼연음부(三連音符) 어느 장렬(壯烈)한 투쟁(鬪爭)과 힘의 행진을 예고(豫告)하고 이의 순차상향해서 다음 소절의 주음의 연속강조, 또 그 다음의 동기에서 동형(同形)반복의 형으로 점차(漸次) 최고음인 E음에서 향하게 되는 일렬의 4분음부군은 지대(至大)한 목표를 향하여 고대의 깃발아래 전진(前進)하는 젊은이들의 정열(情熱)과 투지(鬪志)를 나타내고 다음이 “공든탑(塔)”에서 “전당(殿堂)이 있다” 까지는 이 곡의 최강(最强)음이요 겸(兼)하여 모두 최고음들로써 여기 이곡에 절정(絶頂)이 존재(存在)합니다.

제 3부분 후렴인데 이는 어느 후렴이나 마찬가지로 앞의 긴장을 완화(緩和)시키고 새로운 기분으로 결론을 맺는 곳 입니다. 즉 “고려대학교”가 두번씩 4번 나타나는데 동기가 혹사(酷似)한 것은 고려대학을 강조한 것이요. 또 8분음부분의 순차상하향은 학생으로서의 멋을 뜻한 것 입니다. 처음의 대동기의 “마음의 고향”은 중약음으로 다정(多情)하고 회포(懷抱)에 잠기는 듯 부드럽게 또 나중의 “영원(永遠)히 빛난다”는 한소리, 한소리의 최강음으로 영원한 장래(將來)를 축원(祝願)하는 것처럼 포부와 희망(希望)에 넘쳐 종결(終結) 지을 것입니다.

교가를 부르는 것은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의 발로(發露)인 것은 두말할 것 없습니다. 교가의 참뜻을 간직하고 이것을 아끼고 사랑하여 부르되 학교에 대한 사랑과 동일히 할 것은 물론입니다. 이 교가가 현재나 장래의 여러분의 학교에 대한 감회(感懷)와 항상 같이할 수 있기를 작곡자로서 바라는 바이오, 또 옛날에 헤브라이 백성들이 노래로써 그들의 유일의 신(神)에 통하듯 이 노래가 여러분의 진리(眞理)의 탐구(貪求)와 애교심에 통하여 길이 좋은 반려(伴侶)가 되었으면 이상에 없는 희망이겠습니다.


 <고대신문> 72호, 1955.5.30 
 작곡자(作曲者) 윤이상(尹伊桑)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