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간이나 기말이 되면 교수님들은 산같이 쌓인 학생들이 리포트를 보고 걱정을 합니다. ‘저 많은 걸 언제 다 읽지?’ 하는 걱정이지요. 얼마나 많은지 한 번 간단히 계산해 볼까요?
강좌가 셋이고, 각 강좌의 수강생이 약 30명, 한 학생이 A4 용지 6매 분량으로 리포트를 써냈다면(3, 4학년 학생들의 리포트는 10매가 넘기도 하지요. 교수님이 읽어야 할 리포트는 무려 540매나 됩니다. 학생들의 리포트 읽기가 생각보다 큰일이라는 것 알겠지요.

학생들이 제출하는 리포트에는 내용과 그 내용을 표현한 언어, 이렇게 두 측면이 있습니다. 이 두 측면 중에서 평가의 중심은 물론 내용이 되어야 하겠지요. 그런데 사람에 대한 평가가 때로는 성격·교양·지적 능력 등의 내면보다 외모에 더 쉽게 끌려가듯, 학생 리포트 평가도 내용을 표현하는 언어에 영향 받기가 쉽습니다. 가령 제목·목차·문단·문장·맞춤법·띄어쓰기 등이 그런 것들이지요. 이런 언어적 표현에서 좋지 않은 인상을 받게 되면, 그것이 곧바로 내용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학생들의 리포트에서 자주 발견되는 표기상의 문제점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첫째, 문단 구분과 표시에 유의하기 바랍니다. 문단 구분은 내용의 구분으로서, 한 칸 ‘들여쓰기’로 표시합니다.

둘째, 맞춤법과 띄어쓰기에서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유의하기 바랍니다. 컴퓨터 한글 프로그램에서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잘못되면 그 밑에 붉은 색의 밑줄이 표시되는데, 이것에만 주의해도 이런 실수는 피할 수 있습니다.

셋째, 비문법적인 문장, 표현이 어색한 문장, 너무 길어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장, 그리고 어휘 선정이 잘못된 문장들이 많이 발견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용의 흐름이 부드럽지 않은 경우입니다. 자기 생각과 논리로 쓴 글이 아니라 남의 책을 여기 저기서 보고 옮겨 쓴 글일 경우에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교수님들은 학생들의 리포트에 보이는 여러 가지 표기상의 문제점들을 실수나 무지가 아닌, 성실성의 문제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신경을 조금만 써도 고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한 가지 귀한 지혜를 말해 줍니다:

리포트를 제출하기 전에 반드시 한 번 더 읽는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 단지 한 번 더 읽는 것만으로도 위의 여러 가지 표기상의 문제점들을 거의 완벽하게 수정할 수 있으며, 또한 성실성에 대한 의심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노명완(사범대 교수, 국어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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