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학교로 오는 버스 안에서 좋은 음악이 나오면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치곤 했던 학생이 있었다. 그냥 내린다면 음악에 죄를 짓는 기분이 들어서였다는 그가 바로 지금의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사회학과 78학번) 씨다.

△대중음악평론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달라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중과 음악가 사이를 조정하는 일을 한다. 음악가가 만든 많은 음악들이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길을 트는 것이다. 또 평론가는 대중이 수동적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 수용자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요즘 인기 있는 음악의 경우, 노래는 잘 만들었으되 철저하게 반응을 예상하고 제작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것을 듣는 우리는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음악을 무조건 매도하며 인디밴드만을 평가하는 것 또한 평론의 왜곡이다. 자기 주관에만 빠져 감정과잉으로 흐를 수 있는 것이다.

평론가는 대중보다 음악을 좀 더 들었다고 해서 오만해서는 안 되며 대중의 귀로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또 음악에 대해 애정과 비판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평론가는 음악가와 대중의 관계를 조율하고 좀더 좋은 음악, 오래 남을 수 있는 음악을 찾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좋은 음악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음악은 우선 ‘살아 숨쉬는 시대의 감성’을 표현해야 한다. 좋은 음악은 음악가의 주체성이란 용매에 대중과 교류한 감성이 용질로 작용해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진 것이 좋은 음악의 한 조건이며 처음 접했을 때 참신함이 느껴져야 한다. 그리고 대중음악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 노래를 해석해내는 가수의 능력이다. 음악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얼마나 대중들에게 잘 전달 하는가는 전적으로 가수에게 달린 것이다.

△음악 평론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을 미치도록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나는 이것은 ‘동물적 본능’이라 표현한다. 또한 내가 항상 강조하는 것은 역할 모델을 설정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음악 평론가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와 다른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 대중음악은 가사가 중심인데 이는 언어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또 외국 음악 전문지를 읽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리고  평론가에게 있어 핵심은 자신만의 패러다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과학 공부를 통해 길러질 수 있다. 이를 통해 본인만의 관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말해 달라
좀 더 많은 평론가가 이 땅에 설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 음악가와 대중의 상호교류를 원활하게 해주는 평론가가 많아야 음악세계가 더욱 풍요로워지리라 믿는다. 이제는 나처럼 대중음악의 A-Z를 모두 담당하는 평론이 아니라, 한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평론이 필요하다.   지금 나는 음악 분야에서 나이가 많은 편이고 내 감성이 늙을까봐 두렵다. 그러나 내 나이가 쉰을 지나 예순이 되더라도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여전히 ‘음악을 읽어주는 아저씨’로 남고 싶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대학생 때는 하고 싶은 공부와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감정과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며 문화적 감성의 배양을 위해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한다.

‘가장 아름다운 젊음의 충전은 음악’ 이것이 바로 나의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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