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설레게 하는 고연전의 날 행사가 금년에도 가까워 오고 있다. 고대인이면 누구나 느끼는 정감은 비슷하겠지만 나는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 60학번으로서 학부, 대학원(석·박사)과정과 강사 및 전임교원으로서 응원행사에 빠진 적이 없었고,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등 체육특기자가 유달리 많았던 경영대학에서 대표선수들을 옆에서 지켜보았고, 1982년부터 3년 동안 야구부장으로서 선수 및 감독과 고락을 함께 하였기 때문이다. 고대의 전통, 특히 단결력과 모교에 대한 애교심이 강한 것이 자랑거리라고 하는데 그 이면에는 고·연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 고·연전은 응원전이나 행사의 뒷풀이 등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과거에는 경기가 끝나고 시가행진(종로와 을지로) 도중에 응원단끼리 유혈충돌도 있었고, 지나친 승부욕 때문에 상대 학교에서는 총장퇴진까지 학생들이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생각하면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러한 사실 자체가 다른 한편으로는 진한 모교애로 승화될 수 있었고, 60년대와 70년대의 졸업생들은 데모와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고·연전을 통하여 울분을 발산할 수 있었다. 마음의 고향 고대의 교정을 잊지 않고 있는 것도, 이맘때가 되면 가슴 설레는 것도 고·연전 때문일 것이다.
근래 정기전에서 승부와 박진감은 옛날과 다를 바 없지만 응원을 위하여 고생하는 리더와 남녀학생 기수 단 이외에 일반학생들은 학과단위, 서클을 중심으로 현수막과 깃발을 들고 끼리끼리 즐기는 행사로 생각하고 승패에는 과거와 달리 초연하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 고·연전에는 선후배, 남녀학생, 학교주변의 주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일체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고·연전에 출전하는 선수와 감독들은 이 행사의 주역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경기일자가 가까워 올수록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경기가 임박하여 선물을 들고 격려 차 오는 선배들도 부담스럽고, 특히 정기전에서 첫날 경기 중(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진 팀이 있으면 숙소에 들어와 목욕도 하지 못하고 고개 숙이고 있고, 이긴 팀은 응원가를 부르고 본교 교정을 돌아 숙소가 가까워오면 노래를 중단하고, 진 팀의 눈치를 보면서 즐거워만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된다. 
 
고·연전은 두 대학교의 자랑스러운 연례행사이며 대학당국이 행사를 주관하는데 재학생 중심의 즐기는 잔치로 잘못 비치는 것도 옳지 않다. 거교적인 행사에서 서클 깃발이 응원단 속을 차지하고 있고, 토요휴무에도 불구하고 잠실 대운동장에 졸업생들 자리가 비어있는 것도 보기 싫어진다. 옛날처럼 데모가 일어날까봐 교직원을 응원단속에 강제동원하는 일은 없지만 학교행사에 교직원 자리도 여백이 너무 크다. 

고·연전 행사에 대하여 찬반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반대 또는 반성의 여지가 있다면 바로 이러한 점에서 생각해 보아야 겠다. 진정한 고대인으로서 훌륭한 전통을 계승하여 고대의 발전에 기여하고 동참하기 위해서는 고·연전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정리해야겠다. 한때 고·연전의 경기종목 축소, 경기일정 단축, 순수 학원스포츠 구현 등의 이야기가 논의되었을때 "고·연전의 중단은 역사의 중단이다." 라고 흥분하신 주석범 선배님(작고)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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