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불편은 오프라인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환경에서도 장애인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가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지만, 2002년 장애인의 인터넷 이용률은 22.4%로 2001년 22.9%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장애인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는 웹 접근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장애인들은 보장기구를 이용해 컴퓨터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은 시각정보를 스크린리더를 통해 소리로 듣거나, 점자기를 통해 읽는다. 청각장애인은 음성을 글자로 바꿔주는 기계가, 지체장애인을 위해서는 음성인식 기능을 지닌 보장기구가 필요하다. 장애인들이 보장기구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 웹 접근성의 개념이다.
 
웹 접근성이 높은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려할 점이 많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그림파일에는 대체텍스트를 제공돼야 한다. 예를 들어 고려대학교 홈페이지 첫 화면의 1백주년 엠블렘에 마우스를 갖다대면 ‘1백주년 기념 엠블렘’이라는 설명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또, 색맹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색깔을 제거하더라도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마우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키보드만으로도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제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사항들을 지키는 홈페이지는 별로 없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할 정부기관 사이트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6일(목) 권순교(숙명여대 원격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62개 정부관련 사이트 중 국제 웹접근성지침 WCAG(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 1.0을 준수하고 있는 곳은 17개로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웹페이지 제작자 역시 웹접근성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지난해 3월 웹제작자 3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74%인 222명이 웹 접근성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조차 없다고 답했다.

최근 홈페이지의 멀티미디어화가 진행되면서, 플래쉬나 동영상의 사용이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장애인들은 홈페이지 사용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의순 한국정보문화운동협의회 사무국장은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이용해 웹사이트를 화려하게 꾸미는 데만 신경을 쓸 게 아니라 인터넷의 기본 기능인 의사소통 확대를 위해 기본적인 것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1월 정보통신부는 <장애인·노인 등의 정보통신 접근성 향상을 위한 권장지침>를 제정 공포했다. 지침에서 권장하고 있는 내용은 전부 16개로, WCAG 1.0과 미국 재활법 508조 등을 참고로 해서 만든 것이다. 이 지침에는 웹 제작자들이 홈페이지 제작 시 고려해야 할 점들이 들어있다. 키보드로 프레임 간 이동을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프레임의 제목을 꼭 달아준다거나, 감광성 정신발작증세를 지닌 사람에게 위험하지 않도록 깜빡거리는 개체를 두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5월 행정자치부는 <행정기관 홈페이지 구축·운영표준지침>을 고시하고 행정기관에서 홈페이지를 구축할 경우에 장애인과 같은 소외 계층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민간부문에서도 한국정보문화원을 주축으로 관련 전문가들이 2002년 5월 ‘정보통신접근성향상표준화포럼’을 구성했다. 포럼에서는 사례분석을 통해 보다 한국의 상황에 잘 맞는 접근성 지침을 만들고 있다. 한국정보문화협의회에서는 지난 해 8월부터 ‘장애없는 인터넷환경 만들기’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각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좋지 않다. 강제력을 가진 법률이 아니라 권고조치인 만큼 구속력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관리회사 하나로드림의 신승식 씨는 “웹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특수한 기술이 필요하거나 비용이 더 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웹 접근성을 높이면 일반인들도 쉽게 인터넷을 이용하게 돼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망 가입자 수는 세계1위이다. 장애인들의 인터넷 사용이 지금보다 편해질 때, 우리는 진정한 IT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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