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며 소멸된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4500~5000개 정도의 언어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역동적인 변화의 과정 속에서 사라졌거나, 문헌에만 남아 있는 고어가 된 말들 중에는 현재 우리의 언어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 중 하나인 라틴어(Lingua Latina)는 기원전 1세기 이후 고대 지중해 세계의 공용어였다. 세계 언어 분포상으로는 인도유럽어계(Linguae  Indo-europeae)에 속하며, 그 중에서도 그리스어, 켈트어, 고대 게르만어와 더불어 서구어를 형성하는, 이탈리아어군(Linguae Italicae)에 해당한다.

라틴어는 이탈리아 반도 서북부의 라티움(Latium) 주민의 방언이었다. 라티움 주민은 기원전 8세기 경에 중부 지방에 정착해 로마를 건설했다. 로마가 그 정치세력을 확장해서 지중해 연안을 정복함에 따라, 라틴어는 제국의 언어로 통용됐고, 중세를 거치면서 유럽어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라틴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리스어의 영향을 받은 고전 라틴어와 일상회화체로의 라틴어가 그것이다. 일상라틴어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끊임없이 변화했고, 고전라틴어는 일단 형성되고 난 후에는 큰 변화 없이 전해졌다.

결국, 2세기 무렵에는 두 언어의 차이가 커져서 문화, 학술어로의 라틴어와 민중의 일상 언어로 분열됐다.

라틴어를 현재까지 전할 수 있게 한 것은 교회의 역할이 컸다. 라틴어는 카톨릭 교회의 언어가 됨으로써 보존되고 계승될 수 있었다. 라틴어는 학문과 종교의 언어로 근대 서유럽 여러 언어에 영향을 주었다. 프랑스, 루마니아, 에스파냐,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나라의 어휘에서 아직도 라틴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의 국가로 채택된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의 노랫말을 라틴어로 지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또, 학술명과 같은 전문적인 영역에서도 라틴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르(genre)라는 말은 ‘종족, 혈통, 부문’의 뜻을 지닌 라틴어 genus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이는 학술 용어로써 생물학자들이 동·식물의 종과 속을 구분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한 것인데, 그 후 예술 분야에도 도입되어 이 용어는 예술 작품의 종류를 가리키는 것이 되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