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메주로 그레디스, 콰미 타키, 마놀폴 리타 저스티스, 누타시 비비안 에피, 우쿠수 필립. 가나 사람들의 이름은 왜 이리도 길고 발음하기 어려운 것인지! 요즘은 밤마다 출석부를 펼쳐두고 학생들 이름을 외우느라 정신이 없다. 드디어 나에게도 샘(SAM) 컴퓨터 학교에서 3개월을 보낼 학생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부터 샘 컴퓨터 학교는 원래 건물에서 3km 떨어진 곳에 분원을 개설했다. 나는 샘 학교 분원의 첫번째 한국 자원봉사자 선생님이다. 이제까지의 나의 역할이 성적을 매기고, 교재를 만들고 행사를 준비하는 학교 행정 직원 같은 것이었다면 이제는 정식 선생님으로 활동하게 된 셈이다.

첫 수업을 하러 교실에 들어섰을 때까지도 내가 아프리카에 와서 컴퓨터를 가르치게 됐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컴퓨터를 보통으로 다루는 실력이면 이 나라에서는 거의 전문가 대우를 받는다지만, 과연 내가 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첫 수업 전날에는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긴장되고 걱정되는 마음을 지우기 위해 학생들의 접수를 받고 인터뷰를 하면서 했던 결심들을 떠올려 보았다. 컴퓨터와 영어, 둘 다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공부하자고,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나아져 가는 내 모습을 보여주자고, 모든 학생들에게 진심 어린 마음으로 다가가자고 다짐했던 순간들을 기억하려 애썼다.

드디어 학생들 앞에 섰다. 나보다 나이도 많고 직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그들의 눈에는 NGO의 단원으로 온 어린 한국 대학생이 마냥 신기하고 기특해 보이는 것 같았다. 내 소개를 하면서 솔직하게 그들에게 결심을 말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더 많이 노력하고 더 좋은 선생님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국과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해 있는 가나, 그 중에서 테마라는 도시, 그 속의 SAM컴퓨터 학교에서 지금 이 교실에 들어와 나와 만나게 된 학생들. 나에게 그들은 정말 특별한 인연의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I think sincerity can connect all of us, even if we have very different culture and skin color.’ 그 시간 나의 마지막 말은 이것이었다. 진심은 통한다는 것, 이 말이 진실임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나는 학생들과의 첫 수업을 마쳤다.

아침 여덟시부터 저녁 여섯시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네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수업이 있다. 한 시간 반씩 네 타임의 수업에서 각각 12명의 학생을 가르치게 된다. 밤마다 영어로 된 컴퓨터 서적과 함께 씨름을 하고, 낮에는 긴장된 마음으로 학생들 앞에 서서 수업을 하다 보면 지칠 때도 많다.

하지만 시간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피곤을 잊게 되곤 한다. 학생들과 얘기할 기회가 많지 않기에 시간마다 출석부에 적혀진 이름을 불러보며 한 명씩 얼굴을 익혀 나가고, 월. 수. 금요일은 한 사람씩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40여명의 학생들과 3개월 동안 한번씩 점심을 같이 먹다 보면, 학기가 끝날 때쯤이면 이들과 함께 가나 음식을 손으로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가나에서의 나의 생활은 이제 정말 바빠졌다. 낮에는 식은 땀을 흘리며 하루 종일 수업을 하고, 일주일에 세 번은 학생들과 점심을 먹고, 밤에는 다시 내일의 수업 준비를 한다. 이렇게 평일이 지나면 일요일에는, 선교사님과 함께 빌리지의 교회들을 찾아가 어린 아이들을 가르친다.

시간이 남으면 동네 커뮤니티 미팅에 나가 가나인들과 얘기해 보기도 하고,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동네 이웃들과 수다를 떨기도 한다. 여러 종류의 행사와 그것을 위한 논의를 갖는 것을 좋아하는 가나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때도 많다. 가나 한인회보에 자원 활동기를 쓰기도 하고, 가나에 있는 여러 한인들과도 종종 만난다.

가나에서의 생활, 그 정신 없는 일상들 속에서 나는 점점 더 나은 자원 봉사자가 되고 있는 듯 하다. 아프리카, 가나, 가나 사람과 가나의 한인들, 그 복잡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들 속에서 아프리카에서의 내 생활은 점점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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