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인류학자·민속학자인 A.반 주네프는 장소·상태·사회적·지위·연령의 변화에 따른 의례를‘통과의례’라고 했다. 통과의례를 통해 개인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편입되며,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성인식이다.

특별한 의식을 통해 일정한 나이에 이른 아이에게 성인의 책임과 의무를 알려주고 성인으로서의 자격을 사회적으로 공인해 주는 성인식은 대부분의 사회에 존재해 왔다. 의식을 통해 아이는 부모의 보호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받고 사회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일정한 나이에 이르렀다고 해서 모두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런 능력과 행동은 혹독한 성인식을 겪음으로 배우기도 하고 간편한 통과 의례를 통해 확인받기도 한다. 그것은 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와 시간, 분위기를 통해 상징적 코드로 조작된다. 때문에 성인식은 사회구조와 문화체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행해졌으며, 이를 통해 사회의 구조와 문화까지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성인식은 남자아이에게 관모를 씌우는 관례(冠禮)와 여자아이에게 비녀를 꽂는 계례가 있었다. 이는 관혼상제의 통과의례 중 첫 번째로 꼽힌다. <예기>의 ‘관의’편에 “대체로 사람이 사람답다는 까닭은 예의(禮儀) 때문이다…관이 있은 뒤에 복이 갖추어지며, 복이 갖추어진 뒤에 몸가짐이 바르게 되고, 안색은 평정하게 되고, 응대하는 말이 순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관을 예의 출발이라고 한다”고 해서 예의 출발점으로서 관례의 의의를 밝히고 있다.

<고려사>에 남아있는 기록을 통해 우리나라의 성인식이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관례와 계례는 대개 15세에서 20세 사이에 길일을 가려 진행됐다. 성균관대 조희선 교수는 “관례와 계례는 주로 사대부 집안에서 혼례 직전에 행해졌다”며 “일반 농민이나 머슴의 경우에는 들돌 들기 등 계층에 따라 다른 성인식 형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성인의 기준이 단순히 나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인정한 일정한 시련의 통과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의미의 성인식이 존재했다. <2004 세계 통과의례 페스티벌>의 기획팀 박용휘씨는 “아프리카 일부에서 아직도 할례와 번지점프 등의 의식이 성인식으로 치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은 남녀 모두의 할례를 치루고, 그 과정에서 생긴 상처가 아물면 결혼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또, 인도네시아의 사게오니아족은 온 몸에 바늘로 문신을 새기기도 한다. 펜타코스트섬의 원주민들은 발목에 포도 덩쿨이나 나무줄기를 감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 박 씨는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이들의 행위는 그 사회에서 필요한 체력과 담력을 시험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대 민족이나 이슬람 민족의 성인식은 종교의식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유대인 소년들은 13세에 성인식을 치루게 되는데, 이 의식은 히브리어로 ‘바르 미쯔바’(계약의 아들)이라고 불린다. 이날 어린이들은 사람들 앞에서 성경을 암송하고 미리 준비한 설교를 하게 된다. 이런 성인식을 통해 아이들은 부모를 통하지 않고 하나님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를 맺게 된다.

또, 이슬람교에서는 성년이 되는 것을 라마단 금식을 지키는 나이부터로 보고 있다.

일본의 성인식 역시 매우 성대하게 치러진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고대부터 마을마다 청소년 합숙소가 있어 그곳에서 일정한 기간을 보낸 후 결혼을 했다. 또 20세가 되는 생일날 구청에서 축하편지를 받고 법률적으로 성인이 된다.
 
이들 성년식은 문화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그 의의와 역할은 비슷하다. 한국 유교학회에서 발행한 학술논문집 중 <성인식으로의 관례의 구조와 의미분석>에 따르면 관례의 시행 단계 중 시가례의 축사는 ‘어린 뜻을 버리고 덕을 이루라’고 얘기하고 있다. 성인식은 아이의 세계의 죽음과 어른으로서의 재생을 상징화한 의식이라는 것이다. 이는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자각 시점이고, 사회적으로는 사회 구성원의 새로운 영입을 의미한다. 조 교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성인식은 일정한 행위를 통해 사회의 어른들이 마련한 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인정받는다는 것이 공통적”이라며 “이는 자기완성이며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77년부터 5월 셋째 주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지정해 오고 있다. “성인으로서의 자각과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 주고 성년이 됐음을 축하·격려, 국가 사회가 바라는 유능한 인재 양성을 위한 바른 국가관과 가치관 정립”을 의의로 삼아 문화관광부가 지정했고 이는 전통의 관·계례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것이다.

과거와 같이 엄격한 의미부여는 사라졌지만, 현대의 성인식 역시 그 참뜻을 되새기고 성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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