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소멸하지만 그 언어의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자 기록을 남긴 사어(死語)는 다른 언어의 기층어가 되기도 하고, 몇몇 어휘와 지명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산스크리트어(Sanskrit) 역시 그런 언어 중 하나이다. 아직도 일부 언중 사이에서 저술, 교육, 대화의 매체로 쓰이고 있다. 언어변화를 끝마쳤다는 점에서는 사어이지만 화석화되지 않은 사어이다.

산스크리트어는 인도유럽어족(語族) 중 인도·이란어파(語派)에 포함되는 고대인도 아리아 어이다. 인도 전역에서 쓰이는 고급 문장어로서 오늘날까지 내려온다. 불경이나 고대인도 문학은 이것으로 기록됐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범어(梵語)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어(原語)로는 상스크리타(saskit)라고 해 완성된 언어, 순수한 언어를 의미하며, 이에 반대되는 말로 세속의 언어를 뜻하는 프라크리트(prakt)어가 있다.

산스크리트어는 고전 산스크리트어와 그 이전의 언어인 베다로 나뉜다. 기원전 5세기∼기원전 4세기경에 문법학자 파니니(Pini)가 당시 서북인도 지식계급의 언어를 정리한 문법서 <아시타디야이이(Adhyy)>를 지어 그 체계를 완성했는데, 이것을 고전산스크리트, 또는 간단히 산스크리트라고도 한다. 그 이전의 베다어는 경전 <베다>를 중심으로 하는 언어로 산스크리트어와 구별된다.

과거부터 산스크리트어는 종교·철학·문학 용어로서 지식계층 사이에서 사용돼 왔다. 또 불교경전 역시 이것으로 쓰여졌다. 경전은 처음에는 그것이 사용된 각 지방의 속어로 전해졌다.

하지만 18부파로 나뉜 부파(部派)불교시대에 가장 세력이 강했던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에서부터 산스크리트어로 쓰기 시작했다. 또, 아라비아 숫자 역시 산스크리트어에 그 기원을 두고, 모양이 변형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훈민정음 역시 산스크리트어와 관계가 깊다는 설이 제기된 적도 있었다. 훈민정음의 음운체계가 산스크리트어와 비슷하다는 것을 근거로 들어 훈민정음의 제작과정에 산스크리트어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됐을 것이라는 이색적인 주장이 불교계에서 한 때 화제가 됐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