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동유럽 10개국을 새로운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1951년 독일, 프랑스, 베네룩스3국, 이탈리아의 유럽석탄철강공통체(ECSC)로 출발한 유럽연합(EU)은 총 25개 회원국을 거느린 거대한 블록으로 거듭났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제도의 토대 위에서 번영을 누렸던 서유럽 중심의 EU는 10년 이상의 체제 전환을 경험한 동유럽 및 지중해 연안국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중요한 전기를 맞고 있다. 결국, 이번 동유럽의 EU 가입을 통해 20세기초 자유사상가들이 유럽의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구상했던 ‘하나의 유럽’ 실현에 한발짝 다가선 셈이다. 특히, 동구권 8개국의 가입은 지난 90년 10월의 독일 통일에 견줄 만한 정치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연합의 확대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6년 전인 1998년부터지만,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소련을 주축으로 하는 공산권이 무너진 90년대 초반부터 이미 동·서 유럽 통합작업은 진행돼 왔다고 볼 수 있다.

망설임 끝에 기존 회원국들은 동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동유럽 국가들의 가입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조기 가입을 통해 그들이 경제력이나 정칟사회적 성숙도를 끌어올리는 게 오히려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기존 회원국들은 그동안 축적한 부(富)를 새 회원국으로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동유럽은 이를 기초로 해 체제 전환을 완성하고 경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요한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도 “EU는 가치를 공유하는 하나의 사회로 단순한 경제공동체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더 큰 경제 성장을 이루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 평등을 전파하는 것이 EU의 목표”라고 말하며, 이번 EU국가 확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EU의 확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잘 사는 서유럽, 가난한 동유럽 국가간의 경제적 격차가 걸림돌로 지적된다. EU집행위원회 측은 신규회원국들이 기존 서유럽 회원국과 대등한 경제 수준에 도달하려면 국가별로는 15~4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아직 개방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동유럽 국가들이 기존의 EU기준을 받아들일 경우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EU의 단일헌법 채택, 노동시장 개방, 세제 문제, 미국의 영향력 확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피레네에서 우랄까지 하나의 유럽을 만든다는 EU의 기본전략 아래 회원국 확대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원국 확대에 따른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EU는 `몸집만 커지고 통합의 질은 떨어지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의 향후 행보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희태(독일 베를린 통신원)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