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학은 매 학년도의 첫 학기를 9월에 시작한다. 이듬해 3월에 시작되는 학기가 한 학년의 두 번째 학기가 되는 셈이다. 3월 학기를 첫 학기로 하는 우리와는 다른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한 학기의 규정수업 시간이 우리보다 길고 방학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게 돼 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의 과외활동시간이 외국의 대학생과 비교해 너무 적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북경대의 경우는 올해부터 고등교육개혁의 일환으로 한 학기 정규수업 시간을 줄이게 됐다. 일러야 2월말에 시작되던 두 번째 학기가 올해는 2월 5일에 시작된 것이다. 이로 인해 여름방학이 예년에 비해 많이 늘어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좀 더 다양한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본교 교수와 사회 저명인사 등 교육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국 대학 최초로 여름학기가 개설됐다.

6월 21일부터 5주간 실시되는 이번 여름학기 강좌는 총 72개 과목이 설치됐다. 단과대학이나 학과별로 적게는 1과목 많게는 9과목을 개강했는데 전공, 교양,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강좌가 있다. 이번 여름학기는 몇 가지 특징을 갖는데 그 중 하나가 수업의 개방성이다. 사회에 대한 교육서비스 제공이라는 목적을 갖는 여름 학기 강좌는 북경대 학생 이외의 타교 학생이나 대학원생들도 수업을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실시 첫해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의의 성격에 따라 모든 강의를 a, b, c 3등급으로 나누고 타교생의 숫자를 정해 적절한 수강신청을 유도하고 있다.

이 외에 눈에 띄는 특징은 외부 저명 학자의 초빙이다. 첫 여름학기에 10여 명의 외국학자가 강사로 초빙됐으며 이외에 중국 내 전문가들이 초빙돼 전체 강의 중 약 40%가 외부 강사에 의해 진행된다. 국내외 교류를 촉진한다는 당초 목표를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는데 내년부터는 북경대 학생의 일부를 선발해 외국대학의 여름학기에 직접 참여케 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으로 실시되는 여름학기 제도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서 별도의 학비 납부문제, 청강문제, 치안문제 등이 제기돼 토론이 열리기도 했다. 이에 북경대 부총장은 20여 명의 학생 대표들과 면담을 실시해 각종 문제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학생들이 겪게 될지 모르는 불편에 대한 이해를 당부하기도 했다. 북경대의 이번 여름학기제도는 시행초기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대학교육의 개혁과 대학의 사회적 기능 강화라는 목적에서 출발한 이번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할 수 있겠다.

고려대학교도 오래전부터 계절학기를 실시해 왔다. 그간 당초의 목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앞으로의 발전을 위한 변화의 여지는 없는지, 행여 이수학점 보충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것은 아닌지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류준형(중국 베이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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