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철도로 불리는 한국형 고속철도 KTX가 개통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차량장애와 역방향좌석, 일반열차 불편, 연계교통수단 미비, 터널소음 등 이용불편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운영체계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속철도의 개통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지방도시의 물리적 공간거리를 줄여 국민들의 생활권을 확대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교통혁명으로 지칭되는 고속철도시대의 도래는 기존의 생활 및 주거환경 그리고 국토공간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리라 판단된다. 고속철도 건설의 가장 큰 목적은 수송능력 제고 및 수송비 절감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이지만 그 효과는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프랑스, 일본 등 고속철도의 운행을 경험한 국가들의 경우 고속철도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양면적이다. 고속철이 통과하는 지역의 경우 해당 지역의 접근성을 향상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들 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접근성의 향상은 이미 소외된 지역에 대한 인구 및 자원의 추가적인 유출을 초래해 상대적 지역격차를 더욱 확대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연구원(2003)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고속철도 운행에 따른 지역불균형의 심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역불균형과 관련된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속철도의 건설은 이미 구축된 경부축의 성장효과를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고속철 연계역과 지리적으로 유리된 지역의 경우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고속철도의 개통은 경기도를 제외하고는 도시지역(시)보다 농촌지역(군)에서의 인구 유출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고속철 연계역과 유리된 지역인 전라북도와 강원도의 경우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셋째, 1990년 사업계획 발표 이후 3차례에 걸친 설계변경을 통해 이미 사업비가 5조8400억원에서 19조2205억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최근 발표 및 논의되고 있는 약 6개의 고속철 연계역사가 추가되면 전체 국고의 재정지출은 약 20조원을 넘어설 예정이다. 이러한 재정이 특정지역에서 마련된 재원이 아닌 한,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 정부정책 집행에 따른 지역간 격차의 확대는 공공재 혜택의 편향적 귀결이라는 측면에서 또 다른 지역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향후 예상되는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첫째, 고속철 비연계지역에 대한 접근성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 고속철은 강원도 및 전라남북도와 같은 지역에서의 인구 유출을 초래해 이들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제2차 영동고속도로 등과 같은 확실한 투자계획을 수립해 이들 지역 주민들의 상대적 소외감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고속철 정차역을 중심으로 한 차별적 역세권 개발이 요구된다. 같은 고속철 역세권지역이라도 충청권과 같이 민간 부문에서 충분한 자본 유입이 기대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지역개발정책은 구별될 필요가 있다. 수도권과 유리돼 상대적으로 민간 부문의 관심이 적은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지역개발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수도권과 충청권의 연담도시화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고속철 운행에 따라 수도권과 충청권이 주거 및 산업단지로 연계되는 연담도시화는 국토균형발전을 원천적으로 무산시킬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이다. 따라서 수도권과 충청권의 연담화를 방지할 수 있는 그린벨트의 유지, 충청지역 고속철 역세권의 자족권 확보 등은 이러한 대책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특히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에 따른 입지 선정에서 이들 지역 간의 연담화를 방지할 수 있는 지역의 행정수도 후보지 선정에 대한 좀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 참여정부는 지방화-분권화를 통해 더욱 균형 있는 지역 발전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국책사업의 결과가 개발시대 이후 성장거점 정책의 피해지역에 대한 차별성의 심화로 나타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고속철로 인해 가장 극심한 인구 및 자원의 유출 효과가 예측되는 지역, 특히 강원도와 전라남북도 등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시급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아무쪼록 전 국토의 교통 흐름을 주도하게 될 고속철도가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하면서 온 국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

한상용(교통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환경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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