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별명은 해리포터이다. 언뜻보면 외형상 닮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그의 별명은 마법을 일으키는 듯한 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쓰러져 갈 것 같던 집이 윤기나는 집으로 바뀌어 있다. 사람들에게 행복의 씨앗을 집안 곳곳 심어주는 마법사, 이창하 건축디자이너를 만났다.

△본인이 생각하는 건축인테리어란 무엇인가.
- 건축은 휴머니즘이다. 공공장소에서 규범과 규율 때문에 모든 것을 뜻대로 행동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공간에서 만큼은 개인의 자유가 허락된다. 엄마 뱃속과 같은 편안함을 주고 인간성 회복의 바탕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소재를 써야한다. 더불어 자아를 찾을 수 있고 자아실현까지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처음에 어떻게 건축가의 길을 선택했는가.
- 죽은 석고덩어리를 그리는데 회의감을 느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단청을 배우고자 절에 약 3년동안 들어갔다. 우연히 그때 절을 증축하는 공사를 보았다. 절을 밧줄로 꽁꽁 묶어 한 덩어리로 만든후 바닥에 나무기둥을 덧대어 밀면 커다란 절이 신기하게 옆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이를 ‘절이 걸음마 한다’ 고 하는데, 이를 보고 ‘내가 지금까지 절의 처마끝에만 매달려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됐다. 건축에도 생명이 있음을 느꼈다.

△ ‘러브하우스’ 는 어떤 기회로 맡게 되었는가.
- 미국 건설회사에서 일하며 미국에서 살았다. 그런데 돈은 많이 벌어도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침 한국의 힐튼 호텔에서 건축제의가 들어와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 호텔 건축을 마치고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처음에 거절했더니 주위 반응이 자신 없어서 그러냐고 해서 하기로 했다. 첫방송에 전주에 인터뷰 하러 갔더니 뇌졸중 걸린 환자 아저씨가 있었다. 인터뷰 하는 동안 밖에서 담배를 피는 뒷모습이 삶의 무게에 찌들린 내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아저씨를 웃게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13일 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집을 지었고 다행히 호응이 좋았다.

△사람들이 인테리어에 관해 많이 궁금해 한다.
- 주거는 자아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기에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로 꾸며져야 한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을 느껴야 머리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러브 하우스를 설계하는 나 역시도 집 주인과 많은 대화를 통해 내가 그 집주인이 돼 설계하려고 노력한다. 인테리어 초보자가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의 하나가 ‘무조건 따라하기’ 이다. 다른 집을 보고 인테리어 잡지를 보고 욕심만 앞서서 이것 저것 다 하다 보면 정작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알 수 없게 된다. 이런 것을 떠나 나를 찾는 일을 권한다. 나만을 위한 공간 우리 가족만의 공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먼저 변화를 줘라.

△건축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 사람에게는 의식주가 있다. 사계절이 존재하는 우리나라는 계절별로 옷이 나뉘어 있고 음식 역시도 계절별 색깔이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주거문화는 그렇지 못하다. 일본에게 지배 당하고, 전쟁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발 뻗고 잘 공간에 만족했다. 집의 소유에만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이 첫번째 문제점이다.

두번째는 주거문화가 유럽 문화에 길들여졌다는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건물이 다 유럽식이다. 유럽인의 사고방식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각각 자기 나라 환경에 맞춰 뒷산에 있는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마당의 진흙으로 그리고 풀을 뜯어 지붕을 이었다. 그래서 집이 1백년 2백년 지나 무너져도 자연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교통수단의 발달로 재료가 운반되면서 자연과 주거가 같이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건축물을 어떻게 보는가.
- 우리나라 건축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창밖 너머 아파트를 보라. 아파트를 구상하는 사업가들은 이지에는 밝은지 모르겠지만 휴머니스트는 아니라고 본다. 나라면 아파트 단지 건설할 때 이익이 좀 덜 남더라도 오래 갈 수 있는 단지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려고 했을 것이다.

△건축가에게 필요한 자질이나 마음가짐은 무엇인가.
- 홍익인간 사상이 내재되지 않은 기술은 남을 위협하는 칼이 된다. 건축 기술도 역시 마찬가지다.  ‘저 사람이 나에게 집을 맡기는 구나’, ‘저사람이 저 집에 사는 한, 나를 기억하고 고마워 하는 마음을 갖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집을 지으면 그 집은 오래간다 . 강의할때 돈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학생들에게 수업에서 나가라고 권한다. 기본적인 인간 됨됨이와 함께 미학적 ·철학적 지식을 내재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건축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한 곳에서만의 유학 보다는 여러 나라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건축교육에서 서구의 유명한 작가만을 소개하는 식 보다는 현장 실습이 많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또한 건축이라는 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학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요즘 젊은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당부할 말이 있다면.
- 우리 회사에서 공채 1기로 갓 대학을 졸업한 이들을 뽑았었다. 현장실습 경험이 너무 없어 일을 잘 몰라 같이 일하기가 힘들었다. 현장에서 빗질을 시켰더니 그 다음 날 그만 두는 사람까지 나왔다. 어떤 일이든 기본이 중요한데 그것을 간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러브 하우스 현장에서 집을 3~4채씩은 지어보고 있다. 취업을 하고도 일을 잘 한다는 소리를 들어 참 뿌듯하다. 늘 학생들에게 인간 됨됨이를 주지시킨다. 어떤 젊은 친구들은 러브하우스 하는 것은 적자라며 그만 하자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이윤 추구는 사회 환원이 뒷받침 돼야 하는 것이다. ‘돈’ 에 얽매이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  항상 자유로운 생각을 하고 이를 통해 아름다운 창작을 하고 더불어 국가 발전을 이뤄야 한다.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 그것은 20대에 못 발휘하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젊을 땐 젊은이답게 즐겨라.

△목표와 꿈이 있다면.
- 인테리어의 꽃은 호텔이다. 그 꽃 중에 꽃은 크루즈(호화여객선)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 하나의 도시를 넣어야 한다는데 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최고의 품질과 아티스트의 감각을 가진 사람이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야 사람들이 제대로 휴양을 즐길 수 있다. 꼭 그 분야에 뛰어들어 그 유럽의 벽을 부수는 것이 꿈이다. 

“인생은 잠시 소풍 왔다 가는 것이다. 근데 이 소풍을 얼마나 재미있게 즐기고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 소풍에서 보물찾기를 하여 보물을 왕창 챙길 생각을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는 말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를 하면서 어린왕자라는 별칭을 붙이고 싶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남을 도우며 소박한 일상을 꿈꾸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는 어린 왕자의 진리를 가슴깊이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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