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인생 경험도 미천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하라는 의뢰를 받는 것은 사실 호사스러운 일이다. 또한 그동안 많은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현재 신간을 편식위주로 읽고 있는지라 추천자체가 나에게는 맞지 않은 일인 듯도 싶었다.

그러나 추천의뢰를 받고서는  솔직히 가슴이 설레었던 감정만은 굳이 숨기고 싶지 않다. 학창시절의 문학적 이력을 회상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내 안에 문학이 숨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종교적으로 많이 고민했던 때가 있었다.

외래종교의 영향 하에 있는 우리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대학시절, 나는 개신교도, 카톨릭도, 불교도 모두 가까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종교적 방황을 비교적 오랜 기간동안 하였고, 우리 종교의 색채가 강하다고 생각했던 천도교나 기독 산업 선교회 등을 기웃거리기도 하였다. 종교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검토한 책들에 관심이 많았던 그즈음에 나에게 강한 영향력을 준 책은 임어당(林語堂)의 <생활의 발견>이었다.

중국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임어당은 미국과 독일에서 수학했고, 귀국 후 중국에서 문필활동을 한 문학자이자 평론가로서, 서구에 알려진 대표적인 동양의 현대 철학가이다. 어릴 때부터 서구의 기독교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으나, 교조화한 기독교 교회의 신앙보다는 공자의 인본주의와 합리주의의 가르침에 더 큰 공감을 받아 도가사상으로 기울어, 관념론적인 서구 문명과 사고에 대해 도전한 학자로 평가된다.

<생활의 발견(원제는 Importance of Living)>에는 많은 단편 이야기들이 담겨있으며, 대부분 저자 자신의 생활철학을 정리한 것들이다. 매우 편한 문체를 사용하여 글을 기술했는데, 인생의 여러 측면을 동양적 사고에 기초해 서양적 사고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정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특히 영향을 받은 부분은, 이 책의 제12장에 담겨있는 ‘나는 왜 이교도가 되었는갗 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기독교 교육을 받으며 신학교를 졸업했으면서도 기독교를 등지게 된 배경을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종교적 교리에 구속받아 선행을 행하고 구원을 받는 식의 논리는 저자에게는 무척 이해가 되지 못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인간은 원래 올바른 마음을 갖고 태어난 동물이고, 이러한 이유로 올바른 생활을 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에 의해 인간생활의 존엄을 설명하고 있으며, 선행은 선행이기 때문에 선행이라는 단순한 사고가 중요한 것이지, 선행을 하는 데에 원죄, 속죄, 십자가, 천국의 축재 등의 복잡한 교리가 관련되는 것 자체를 저자는 부정하고 있다.

내가 젊은 시절 한때 기독교를 떠나 정체성이 강한 자아로 생활할 수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거의 모두 이 책의 영향력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고 감히 고백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노라면 사는 것의 여유를 느끼게 한다. 행복에 대해, 한적한 생활이 주는 의미에 대해, 가정의 즐거움에 대해, 생활의 즐거움에 대해, 자연의 즐거움에 대해, 교양의 즐거움에 대해, 그리고 사물을 생각하는 인간적인 사고방식에 대해 저자는 동양적 전통사상에 기대어 현대인의 생활방식의 방향을 조용히 제시해 주고 있다.

혹시 대학시절 우리의 것에 대해 그리고 산다는 것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생활의 진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이 책의 일독을 감히 권하고 싶다. 

류지태(법과대 교수, 행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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