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29일 의·치학교육입문 검정이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청주 등 5곳에서 치러지면서 의·치학 전문대학원이 그 첫발을 대딛는다. 의·치학 전문대학원은 이른바 미국식 4+4 에 따른 8년제 의학박사 제도로 4년제 대학 졸업 후 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방식이다. 

의·치학 전문대학원은 폭넓은 교양과 높은 도덕성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고 직업 보장형 진로 시스템으로 인한 예과생의 면학열 저하 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뿐만 아니라 현행 학사 단계의 의학 교육으로는 도입이 불가능한 의과학자, 의법학자, 의경영학자 양성 과정 등 다양한 석박사 복합학위 과정 개설을 위해 의학 교육 단계의 대학원으로 상향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고학력 사회에서 전문성이 요구되면서 이에 부응하기 위하여 질 높은 의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고급 전문인력양성체제 구축 필요성도 한 몫 했다.

현행 제도로는 의사양성 교육입문 과정이 고등학교에서 대학에 입학하는 단계에만 한정돼 고등학교 이과 졸업생 중 우수 인력이 전문직업 분야인 의과대학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초 학문 분야의 약화와 학문의 불균형 성장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대학원 과정으로까지 확대해 대학 입학 단계에 집중된 과열 경쟁을 완화해 기초학문분야를 보호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초과학 분야 교수들은 이 제도가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이공계 대학을 고사시키고 또 하나의 고시 열풍이 불어 올 것을 우려한다. 4년제 대학 졸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벌어질 입시경쟁은 이공계 대학을 흔들어 놓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이공계 출신의 이탈은 심상치 않다. 이공계 졸업생이나 졸업 예정자들이 진로를 바꿔 의대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대 의대 편입생 모집에 서울대 등 국내의 이공계 출신이 대거 지원해 눈길을 끌었다. 2004년 서울대 의대 본과 편입생 전형결과에 따르면 50명 모집에 232명이 지원해 4.6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중 이공계 출신은 158명(68%) 였다. 최종 합격자 역시 자연계 50% 공대 30%로 이공계 출신이 전체의 80%를 차지해 이공계 출신의 이탈과 의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의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 이공계 우수인재 공동화 현상을 일으켜 국가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동조를 받고있다.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의 설립방향은 ‘대학의 자율성 최대한 존중’ 이다. 하지만 전문대학원제로 전환하려는 대학들 가운데 입학전형 및 학사행정관리 업무를 담당해 온 대학 본부가 있는 종합대학이 아닌 의과대학이 전부인 단과대학 체제인 대학들은 행정 업무의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는 과장 광고를 게재해, 취업난을 겪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꼬집는다. 실제로 학원가에는 의과대학 편입학을 준비하기 위한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제도의 정착과 의학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정부차원의 지원 대책이 세워져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도입의 효과가 조기에 가시화 될 전망도 보인다. 의학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산하 의·치의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를 2005년까지 상설기구로 설치할 방침이다. 또한 국가시험제도와 의학교육과정이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간 상호 협력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하는 대학에 대해 의학교수 정원 증원, 교육과정 개발비,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비 등 실질적인 재정지원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은 충분한 이유와 목적을 갖고 추진됐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첫 출발이니 만큼 성급하게 뛰기 보다는 도입취지를 살리는 신중한 행보가 요구된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