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법조인 선발과 양성은 사법시험과 2년제 사법연수원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전공과 관계없이 많은 대학생이 사법시험에 응시하면서 파행적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설학원이 법학 교육을 주도하면서 대학에서도 공교육 황폐화 현상이 발생했다는 여론이 일면서 사법시험과 교육제도의 개편 필요성이 불거지고 있다.

학부 차원의 법대 커리큘럼상 고시만을 위한 대학생들을 양산해 국가 인력 수급을 왜곡시켜 전국가적인 낭비를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사법시험 이후의 연수기관 과정에도 예비 법률가를 일률적으로 교육해 배출함으로써 다양한 배경과 능력을 가진 법률 전문가의 양성을 방해한다. 동일한 교육과정을 통해 동질성을 확보한 소수의 법률가들이 폐쇄적 연결망을 구성해 사법시장을 과점해 사법의 공정성을 구조적으로 훼손할 위험성이 높다는 점 등이 현행 법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전공과 관계없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로스쿨을 거친 뒤 일종의 자격시험인 변호사 시험을 통해 배출되는 미국의 로스쿨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법조인 양성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근래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니다. 1995년 1월 대법원이 범행정적으로 조직된 세계화추진위원회와 합동으로 ‘법조학제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당시 3백명이던 사법시험합격자 수를 1천명까지 늘리도록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당시 법학교수들의 반대와 행정부 내 의견 불일치 등으로 인해 로스쿨 제도를 채택하지 않았다.

이후 1998~1999년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설치된 ‘법조학제위원회’ 와 ‘사법개혁추진위원회’는 서로 다른 개선방안을 내놓은 이후 조정된 단일안이 도출되지 않았다. 이런 경과중에 작년 10월 대법원 산하에 ‘사법개혁위원회(이하 사개위)’ 가 출범하고, 로스쿨 도입여부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사개위는 오는 10월까지 로스쿨의 도입 여부와 도입 방법 등에 대해 결론을 낸뒤 12월 중 최종안을 낼 것으로 방침을 밝혔다.

각계의 이해가 상충돼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았지만 사법시험이 유발한 대학교육의 왜곡 등 각종 병폐로 인해 로스쿨제 도입에 대한 공감대는 예전과 달리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박차를 가해 사개위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4월 26일에 열린 공청회에서는 사법시험을 대신해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타당한지 여부와 도입한다면 어떤 방식의 설치 운영이 적절한지 등에 대한 토론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공청회 후 각계의 의견은 거리가 좁혀졌다.

교육부의 경우에는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을 도입한 경험을 바탕으로 로스쿨 도입에 가장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캠퍼스의 고시학원화를 막아 대학교육의 파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변호사협의회 역시 법학교육 정상화 및 자질있는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시민단체는 질 좋은 법률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은 경륜과 균형감 갖춘 법조인 양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각의 이유는 달랐지만 모두 긍정적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로스쿨 입학 정원에 따라 설립대학 숫자가 결정됨으로 로스쿨 선발 정원을 놓고 상당한 공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도 충분한 공청회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법개혁이 곧 로스쿨 도입인양 인식하는 감상적인 접근을 하는 현 상황에 대해 염려를 표명한다. 세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화와 시장개방이라는 대세에 흔들려 법과대가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논의되는 사법개혁에서 우리 법학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나 로스쿨의 도입이란 단순히 새로운 법학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문제가 아니라 법조인의 양성과 선발을 시장에 맡긴다는 법조인력 충원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구체적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지금까지 논의된 한국형 로스쿨의 기본 골격은 미국의 로스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인으로서의 소양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를 거쳐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은 의사양성 과정처럼 실무위주로 내실화 된 2년 또는 3년간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면 변조인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일본의 경우 로스쿨 도입을 추진하면서 법조인 양성체계를 ‘점에서 프로세스로’ 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즉 단 한번 경쟁 선발시험에 합격하면 법조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과정의 이수를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시험에서 교육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해 법학교육을 정상화 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이처럼 우리나라 역시 로스쿨제도의 도입을 단순히 행정부의 개혁성과(改革成果) 차원에서 접근하여 전면적으로 시행하기 보다는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의 문제점들을 하나 하나 치유하는 과정 속의 논의로 차분하게 이끌어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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