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배워간다는 것만큼 소중한 일이 또 있을까. 컴퓨터를 켜는 법 조차 몰랐던 학생들이 조금씩 컴퓨터 다루는 법을 익혀 나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배움의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내가 가진 지식을 그것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과 공유하는 것만큼 보람된 일이 또 있을까.

아프리카에서 컴퓨터 선생님으로서의 일상을 보내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가 배움의 권리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는 이들이 너무도 많은 이 나라에서, 교육과 그 기회의 불평등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저런 가나에서 일어나는 교육에 관한 일들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가나에 있는 대학들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학생들 중 몇몇이 가나 대학과 가까운 곳에 있는 중, 고등학교를 방문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이 나라의 중고등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가나 대학은 아프리카 안에서는 가장 좋은 대학에 속한다는 데, 그 캠퍼스는 과연 어떨까? 나는 흔쾌히 학생들의 캠퍼스 방문 제안에 동의했다.

아크라의 중심가에 위치한 가나 대학은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서 가나에서 가장 좋은 학교로 알려진 대형 종합대학이다. 방대한 규모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과 깨끗이 정비된 넓은 캠퍼스를 거닐면서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좋은 시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나에는 모두 다섯 개의 공립 대학이 있고, 그 이외의 대학들은 거의 모두 민간인들이 지은 소규모 칼리지(College)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중 우수한 성적과 비싼 대학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재력을 갖춘 이들만이 공립 종합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중, 고등 학교 교육은 다수에게 제공되고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 나라에서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국민 다수가 빌리지에 살고 있기에 이곳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대학을 졸업한 선생님도, 제대로 된 책걸상도 드물다. 정비된 교육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대다수의 가나 학생들에게 대학 교육을 받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인 것이다.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가나인들은 평생을 자신이 태어난 빌리지에서 머물며 가난하고 무지한 상태로 사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빈부격차는 더 심해지는 만큼, 가나에서도 교육의 불평등은 매우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듯 보인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1년 학비가 1만달러나 한다는 학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외국인들이나 이 나라 상류층 자녀들은 교실마다 에어컨이 있고, 따로 청소부까지 딸린 호화판 국제학교에 다닌다. 이들 각자는 빌리지 아이들 2백명을 학교에 보낼 수 있는 돈을 한꺼번에 이 학교에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 선생님을 초빙해 오고, 시험지도 미국에서 가져오며 공휴일까지 미국 것을 따른다고 하니, 이 학교는 가나 속의 작은 미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가난한 흑인들과 함께 자식을 공부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과, 다수 가난한 국민들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 맞물려 가나는 불평등으로 심각하게 왜곡된 교육제도를 그대로 유지해 가고 있는 셈이다.

처음에 빌리지를 방문했을 때, 도저히 학교라고 믿을 수 없는 열악한 건물에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며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때는 가나의 모든 학교들이 이렇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아크라에 있는 대학과, 도시 중산층이 다니는 중, 고등학교들을 방문하면서 나의 그런 생각은 착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우고자 하는 다수의 가난한 이들에겐 닫혀진 채, 가진 자들에게만 열려진 양질의 교육의 기회 앞에서 나는 종종 분노하게 된다.

엊그제는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마을과 학교를 짓고, 그 속에서 아이들을 보살펴 주는 NGO에서 일하는 학생과 함께 그 학교를 방문했었다. 학교 재단이 속해 있는 NGO의 일원이자 그 학교의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더 나은 교육이 더 많은 가나인들에게 제공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그런 흐름에 나도 동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너는 지금 우리에게 공짜로 컴퓨터를 가르쳐 주고 있고 그것으로도 이미 너는 가나를 돕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농담처럼 나중에 가나에 다시 와서 학교를 지어보는 것은 어떠냐며 웃음지어 보였다.

내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을까. 가나, 가나의 대학과 학교들,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모든 불평등함의 한 가운데 서서 나는 오늘도 작은 컴퓨터 학교의 선생님으로서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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