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통사회가 가지고 있던 지역공동체적 연대를 잃고 대중사회에 편입됨에 따라 뿌리를 상실한 존재로 바뀌어 가고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은 자신의 저서 <사회분업론 De la division du travailsocail>에서 지역공동체 기반을 상실한 현대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을 주창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은 집단 소속에의 정체성을 필요로해 자연스럽게 연줄망을 찾게된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각박해지는 대중사회에서 사람들은 인간관계와 그 속에서 비롯되는 집단소속감에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예로부터 우리 사회는 대인관계를 사회생활의 핵심으로 여기고 이를 어떻게 영위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능력과 인품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아 왔다. 현대 사회에서도 전통적 연고공동체는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하며 이제는 물리적 유대를 넘어 혈연, 학연 등의 연줄 형태로 유대를 유지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교통과 통신의 급속한 발달은 이를 가능하게 했고 오프라인의 연줄관계는 온라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최근의 싸이월드 열풍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싸이월드로 인한 공용PC 장기간 점유로 컴퓨터 사용이 불편하다는 지적에 따라 제한적인 싸이월드 접속을 허용할 방침인 본교만 보더라도 그 인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본교생 박 모 씨에 따르면 “컴퓨터를 켜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그날의 방문자 수를 살펴보는 일”이라며 “일촌을 순회하며 ‘싸이질’을 하다보면 두 세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고 말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민경배(경희사이버대 NGO학과)교수는 “오프라인에서 형성된 인맥을 온라인으로 이어가려는 성향”이라고 분석한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인맥을 수시로 관리하려는 것이다. 끊임없이 링크되는 웹과 달리 미니홈피에서 미니홈피로 연결되는 폐쇄적인 구조를 가진 싸이월드는 인맥 관리를 보다 용이하게 만든다.

또한 기존 블로그와는 달리 싸이월드는 ‘한국형 인맥 맺기’를 바탕으로 시작됐다는 점에 차별성을 띠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 모 씨는 “광통신 인프라 구축이 잘 돼있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의 만남을 잘 갖는 편이다”며 “관심공동체인 동호회와 달리 인맥을 기반으로 한 싸이월드와 같은 경우 미국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한편, 갈수록 집단 정체성이 해체되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심리적 혼란 속에 더욱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연결망은 개인의 정체성을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의 발현에서 비롯한다.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교수는 이에 대해 “같이 살면서도 따로 살고 싶은 한국 사회의 개인의 갈등과 불안의 표시”라는 평가를 내린다.

싸이월드는 ‘체면을 숭배하는 나라’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관적, 객관적으로 나뉘는 개인의 정체성 중 타인에게 보이는 객관적 정체성을 중시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황 교수는 “미니홈피 열풍에 반영된 심리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타인의 관심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인간은 타인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표출하고, 타인 역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분석한다. 무언가 특별한 것이 없어도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노출증과 타인의 생활을 훔쳐보고 싶은 관음증이 사이버상에서 묘한 조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민 교수는 이를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 확대시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싸이월드 열풍을 하나의 유행 현상으로 보며 그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때, 동창 찾기 사이트의 페이지뷰가 세계 9위를 상회했으나 그 열기가 식은 것, 또 사회문화의 키워드로 떠올랐던 ‘엽기’의 인기가 사그러든 것을 예로 들며 한국 냄비문화의 단면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학계 일각에서는 미니홈피와 같은 개인 미디어가 유사한 주제와 내용을 연결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포털 블로그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인간의 사회심리와 한국 문화 특성이 고루 녹아있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그 열풍을 계속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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