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시간마저 쪼개가며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너나할 것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는 시간, 먹는 시간을 줄여 ‘일벌레’가 됐다. 빠름은 곧 성공을 의미했다. 외국에까지 유명한 ‘빨리 빨리’정신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그 시대는 일본에서 건너온 ‘도시락’을 소풍갈 때나 야외에서 먹는 의미 외에 ‘시간절약형 밥상’‘밥상의 축소형’으로 탈바꿈 시켰다. 도시락은 상에 음식을 일일이 차리고 치우는 번거로움없이 한 그릇에 모든 것을 담아내는 간편함과 신속성을 무기로 성장을 거듭했다.

그런데, 이렇게 팽배한 ‘급행 문화’에 ‘느림’을 외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러나 더 훌륭하게 일하는 사람(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의 약자인 ‘슬로비족’은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생활의 속도를 늦추어 보다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살자고 주장하며, 물질보다는 마음을 그리고 출세보다는 가정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세계적 추세에 맞게 한국에서도 『느림의 철학』,『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등의 책이 서점가 스테디셀러를 차지할 정도로 슬로비족의 위세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래동화 『토끼와 거북이』에서도 결국 거북이가 승리하듯이 어쩌면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느림의 법칙을 암암리에 배우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당신 아직도 성공과 행복 사이를 망설이고 있지는 않은가?

잃는 것과 얻는 것의 기회비용을 찾아보자. +와 -의 ‘숫자놀음’이 약하다면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건, 씨랜드 화재사건 등을 생각하자. 그토록 좋아하던 ‘빨리 빨리’덕분에 얻은 것들이다. 이제 그만, 더 늦기 전에 힘껏 밟고 있던 ‘가속페달기’에서 발을 떼자.

급행열차가 아닌 완행열차로도 바다에 갈 수 있듯이 조금 돌아가는 여유를 갖자. 

안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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