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四(여섯 육, 넉 사), 戮史(죽일 육, 역사 사), 陸史(뭍 육, 역사 사). 발음은 하나요, 뜻은 세 가지. 이는 모두 한 사람의 이름이었다.

264를 수인 번,호로 받은 후 아예 이름을 바꿔버린 사람, 이육사. 세상에 나고 강산이 열 번이나 바뀐 지금, 그는 그렇게 우리에게 이름 석자를 남기고 있다.

△이육사 하면 사람들이 보통 ‘저항시인’을 떠올린다. 독립운동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 있다면 말해달라.
-‘무서운 규모’가 나를 키웠다. 여기서 규모란 정신적 틀, 전통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태어난 곳 원촌은 항일투사들이 집중적으로 배출된 곳으로 독립투쟁의 분위기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다. 또한 나의 부친은 퇴계 이황의 13대 손이었고 모친은 의병장의 딸로 친·외가 모두 독립운동과 연을 맺고 있었던 것도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선생께서는 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시는 행동이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참여다. 난 식민지의 현실에 대항하고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대륙을 전전하며 숱한 고난과 역경을 체험해왔다. 이러한 역경과 인고의 극복노력은 기다림의 철학과 초인 의지로 승화된다. 온 몸을 내던진 투쟁으로 일제에 저항하여, 그러한 인고와 생명의 절정에서 끝없는 기다림과 초인(超人)에 대한 열망을 시로 나타냄으로써 보다 진정한 저항 방식을 보여 준 것이다.

△혹시 마음에 새기고 있는 구절이나 좌우명이 있다면 말해달라.
-‘樂而不淫(낙이불음) 哀而不傷(애이불상)’, 즐거워도 음란하지 않고, 슬퍼도 상하지 않는다. 시를 쓰면서 술을 마시면서 늘 간직했던 말이다.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도를 넘지 않는 것, 이것이 나의 일생에 걸친 화두였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저기 돌아다니는 개를 보라. 어쩌면 저 개처럼 사는 것이 가장 편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를. 부디,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포기하지 말라.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백마 탄 초인을 기다렸던 이육사. 그의 평전을 기술했던 김희곤 (안동대 사학과) 교수는 말하고 있다. 육사가 기다렸던 초인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고. 그렇기 때문에 목 놓아 부른 그의 노래가 우리를 이토록 가슴 저리게 만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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