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소개한 <불꽃무늬맞새김금동관>과 <해모양 및 새김금동장식>은 더불어 고구려의 대표적인 금동 공예품의 하나이며, 1941년 평양 북쪽에 위치한 진파리 고분군에서 일본인들에 의해 발견됐다. 진파리는 평양에서 동남쪽으로 25k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현재 북한의 행정구역상 평양시 력포구역 룡산리에 해당된다. 북한에서는 일대에 있는 15기의 고분 중 10호분은 고구려 시조 주몽의 무덤인 동명왕릉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명왕릉은 1974년부터 재조사가 이뤄져 1993년에는 김일성주석의 지시에 따라 대대적으로 개건(改建)했으며, 지금은 평양의 주요 답사 코스로 돼있다. 무덤 앞의 문인석과 무인석을 포함한 각종 석물들과 능문 등은 이때 새로 만들어진 것이며, 이후 북한학계에서는 주변에 있는 15개의 고분마저도 온달장군을 비롯한 고구려의 발전에 기여한 15명의 공신들의 무덤으로 비정했는데, 작위적인 역사 해석의 대표적인 예로 씁쓸하다.

이 유물은 전체적으로 복숭아를 반으로 잘라 옆으로 약간 눕힌 모양으로, 크기는 너비가 22.8cm, 높이 15cm이다. 바닥에는 금동판으로 테를 두르고, 나머지 가장자리는 작은 구멍을 뚫은 테를 둘렀다. 테 안쪽에는 금동판을 뚫어서 여러 무늬를 새겼다. 가운데에는 12개의 구슬을 박은 둥근 테 속에 태양을 상징하는 세발까마귀(三足烏)를 새기고, 그 아래 좌우에는 두 마리의 용을 새겼으며, 위에는 입에서 불을 뿜고 있는 봉황을 새겼다. 이들 사이에는 하늘을 향해 타오르는 듯한 불꽃무늬를 새겨 넣었는데, 고구려 사람들의 힘찬 기상을 느낄 수 있다.

발굴 당시의 기록에 따르면 동일한 형태의 장식 한 쌍이 출토됐으나, 나머지 하나는 부식이 심해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원래는 같은 형태의 나무판 위에 비단벌레의 껍질을 깔아 금녹색의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이 장식을 부착해서 금동판 장식이 두드러지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형태가 금동관 모양이어서 금동관 장식으로도 불리기도 했으나 현재는 무덤 주인공의 베개마구리 장식으로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운데 태양을 중심으로 용과 봉황으로 장식한 점으로 미뤄 왕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며, 힘찬 고구려의 기상과 정교하면서도 품격 높은 고구려 금동공예술을 엿볼 수 있다.

- 지난 호 불꽃무늬맞새김금동관사진이 무령왕릉 출토유물 사진으로 잘못 게재됐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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