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은 이윤추구와 지식산업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색이 묶인 ‘양면색종이’다. 그러나 이러한‘아슬아슬한 공존’은 출판사가 하나의 기업으로 형태를 가꾸어 가고 상업적인 측면에 더 주력하게 되면서 사라져버렸다.

출판계의 상업화가 강하게 부각되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베스트 셀러’. 소위 ‘대박’으로 불리는 베스트 셀러를 위해 매년 여름 성수기에 임박해 각 출판사들은 가장 돈벌이가 되는 작품들을 독서‘시장’으로 내보낸다.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신경숙, 은희경, 김진명, 이외수 같은 거물급 작가들이 선보였다.

 출판사들은 판매하려는 책의 내용을 내세우기보다는 유명 평론가들의 짧은 평가들을 전면으로 앞세워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관례가 되어가고 있다. 

책을 띄우려는 출판사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느 작가의 작품이 우수한가’를 따지기보다 ‘어느 작가의 작품이 잘 팔리는가’에 기준을 세워 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문학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신인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일컬어지던 문학상이 기성작가들의 무대가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6일자 『한겨레21』에서 문학평론가 박기수씨가 말했듯이 그 권위가 상품화되어 문학상은 ‘가장 효과적인 이윤창출 수단’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거론되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당선자가 기성 유명작가들일 때  더 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러한 홍보를 앞세운 마켓팅 전략은 상대적으로 서적의 질을 반감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대중적이고 쉬운’, 그래서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는 책들이 양산되고 있다. 실제 베스트 셀러 목록을 보면 각계각층에게 모두 쉽게 다가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돈되고’‘잘 팔리는’대중적인 서적으로 출판시장이 획일화되면서 독자와 작가 둘 다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다. 독자는 수동적인 구매에 익숙해져 책의 다양성을 요구할 줄 모르게 되고, 작가 역시 잘 팔리는 책 위주로 자신을 맞춰나가면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등단한지 10년 이내의 작가로 지원자격을 제한, 신인작가에 문을 열어두고 있는 『민음사』의 조영남 편집과장은 “독자를 ‘사는 행위’와 ‘읽는 행위’로 나눌 수 있다”며 “독자의 경향에 출판이 따라간다는 사실을 알고 베스트 셀러 위주의 구매 대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도서 구입을 선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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