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곰을 데려왔습니다. 동물농장을 만들고 있는 것 같네요.울타리를 치기 위해 종려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또 하나의 히어로가 나타났다. 김기덕 감독, 3대 영화제에서 한해에 감독상을 두개나 수상한다. 임권택, 이창동, 박찬욱 등과는 다른 대접을 받는 그를 보면 노대통령과의 적지 않은 유사점을 발견하게 된다.

1. 중퇴, 고졸 학력이 전부다.
2. 비주류, 이단, 이해못할 사람으로 여겨지다.
3. 언론에 적대적이다.
4. 화법이 직설적이다.
5. 세련되지 못하다.

그밖에도 저예산, 유복하지 못한 가정환경, 동종 업계에서 친구보다 적이 많다는 점 등도 비슷해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실질적 내용과 의미보다는 선입관에 의해 거부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에 대한 오해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가 고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유사점은 두사람 모두 성공한 후에 변화 아니, 세련된 형태의 변절을 교묘히 요구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주류는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낯설어. 그러니까 우리랑 닮도록 노력해봐"라고 말한다. 이런 유혹은 여러 형태로 간교하게 다가온다. '잘난 척하지 마라', '패자에게 관용을', '모두에게 사랑받길' 이 자주 쓰이는 레파토리다. 그러나 달콤한 유혹은 파멸의 지름길이다. 다행히도 두 사람 모두 이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지금 과거 주류로 행세하던 쪽은 그 뿌리와 실용성에서 모두 공격을 받고 있다. 구습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느껴지는 가운데 이어지는 저질 발언들은 가히 군사독재 시절 수준이다. 이들의 행태는 크게 두 종류로, 하나는 상대방을 비하의 대상으로 파악하고 저질 코미디를 일삼는 것과 또 하나는 우직한 비논리와 억지로 일관하며 고민하기 싫어하는 쪽이다. 수준 낮은 적과 싸우는 것이 보기 안쓰럽다.

눈에 보이는 주류 교체는 오래 전에 일어났다. 이제 실질적 변화를 위해 행동에 옮길 때가 됐다. 전쟁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수구세력의 증오심에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된다. 변화의 내적 동인들이 외화되는 시기에 그 시대를 사는 동시대인들에게는 그 변화의 의미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링컨도 김구도 반대편에 선 동시대인들에 의해 운명을 달리 했다.
기억하시라. 이제 주류는 바뀌고 있음을. 더 이상 내가 주류인지 아닌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페어플레이와 다양성, 독창성이 인정받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변절은 열등감에서 시작된다. 고독한 싸움은 이제 없다. 새삼 느끼지만 우리는 정말 강하다.
"멀티플렉스보다 동네 비디오가게가 더 친근한 이들이 나의 든든한 관객이다" 편견과 적대감으로 가득찬 종이신문 인터뷰 기사 중에서 건진 김감독의 대답이었다. <슈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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