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종교는 언제까지 성역인가’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출판계에서도 여전히 미뤄지고 있다. 대신 종교 비평에 대한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0년 『당대비평』가을호에서는 ‘권력으로서의 한국종교’라는 의도로 권력화 된 기성종교를 비판할 필요성을 제기했고,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과거처럼 계속 종교를 성역으로 간주하는 한, 한국사회의 희망은 없다’란 내용의 글을 『인물과 사상』 16호에 실었다. ‘한국기독교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강준만 식 비평 글은 그간 종교 문제에 침묵해온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비로소 터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종교에 대한 비판의 필요성은 법이 현실보다 앞서가고 있다.  지난 1998년 재판부는‘종교연구가 某씨의 책이 자신의 교회를 이단으로 몰아 명예를 훼손했다’며 낸 이목사의 「서적인쇄 및 반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목사는 某씨가 발간한 『M교회 이목사의 이단(異端) 정체』란 책에서‘이목사는 만병통치자로 자칭하며 무당과 함께 병을 치료한다. 이목사의 교회에 주님은 없고 교주와 추종자뿐이다’라는 내용을 문제제기 소송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는 다른 종교나 종파를 비판하는 자유까지 포함되어 있어 종교적 목적의 언론출판은 다른 일반적인 경우보다 고도의 보장을 받게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종교에 자유로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이자 또 다른 종교의 자유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법적인 자유 앞에서도 종교비판은 힘겨웠던 일임에 틀림없다. 매년 천 여권에 이르는 종교관련 서적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비평서는 거의  전무하다. 종교의 권위아래 정치계와 언론계가 철저히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에 대한 일반인의 ‘믿음과 기대’, 성직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신에 대한 모독으로 여기는 ‘신도들’과 종교비판을 금하는 ‘사회분위기’는 종교 비판서의 금서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다. 김규항 씨가 출간한 『B급좌파』가 ‘교회의 위선’등 한국의 종교에 대한 비판을 다뤄 많은 관심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작은 성과물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잘못된 점을 당당히 비판할 수 있는 사회풍토가 자리잡을 때까지 이같은 노력들은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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