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미는 궁궐 등 규모가 큰 건축물의 용마루 양쪽 끝에 세운 기와로 취두(鷲頭) 또는 망새기와라고도 부른다. 치미는 봉황의 깃을 형상화한 상징적인 장식물로 건물의 외형을 웅장하게 하는 효과와 함께 화재 등 각종 재난으로부터 건물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이 유물은 평양의 안학궁성에서 출토된 것으로 남궁과 중궁에서 모두 4개의 치미가 출토됐는데, 그 중 가장 큰 것으로 높이가 2.1m에 달하여 건물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다.

안학궁성(安鶴宮城)은 평양시 북쪽 외곽의 대성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427년 장수왕이 이곳으로 도읍을 옮긴 후 586년 장안성(평양성)으로 옮길 때까지 사용한 도성으로 1957년부터 발굴이 시작돼 지금은 자세한 내용이 밝혀졌다. 

안학궁성은 한 변이 622m인 네모난 토성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내부 면적은 38만㎢에 달한다. 궁성 내부에는 모두 52기의 건물이 있었는데, 궁성의 남북 축을 따라 남궁, 중궁, 북궁, 동궁, 서궁 등 5개 구역으로 나눠 배치했으며, 건물들은 회랑으로 연결됐다. 왕이 조회를 하던 정전은 정면 11칸, 측면 4칸의 2층 건물로 폭이 33.3m에 달하며, 평상시 왕의 거처인 중궁 편전은 폭 87m의 2층 건물로 좌우에 익랑(翼廊)을 달았다. 그밖에 궁성 안 동남쪽 모서리 부근에는 연못을 조성했으며, 남궁의 서쪽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정원이 배치돼 있다.

고구려 사람들은 궁궐을 잘 짓는 것으로 중국에도 알려져 있었으며, 고분벽화에도 화려한 기와로 장식된 건물을 흔히 볼 수 있다. 고구려는 백제나 신라보다 먼저 기와를 사용했는데, 국내성(國內城) 도읍기에 이미 기와제작기술을 받아들여 기와를 얹은 목조건물을 축조했다. 기와는 초기에는 제작과 사용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어서  사찰과 사당, 왕궁 및 관청건물에만 기와를 얹을 수 있었다.

고구려 기와는 막새기와(瓦當)?반쪽막새기와(半瓦當)?치미기와(?尾)?귀면판와(鬼面板瓦) 등 다양하다. 기와의 색깔은 붉은 색이 가장 많으며, 회색도 많이 사용됐다. 불교가 전래된 4세기 후반부터는 연꽃무늬로 장식된 막새기와가 등장하여 427년 평양으로 천도한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된다. 연꽃무늬는 꽃잎의 너비가 좁고 날카로우며 두툼해 전체적으로 매우 강하고 힘찬 인상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최종택(인문대 교수·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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