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가 6인 통해, 한국문학 100년 되짚고
작품조명 통해, 새로운 100년 지평 열다
 
한국문학이 100년의 역사를 뛰어 넘어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려 한다. 김상용, 김소월, 나도향, 정지용, 주요섭, 채만식. 현대문학의 초석을 다진 동갑내기 여섯 문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문학제 ‘식민지의 노래와 꿈’이 지난 27일(목), 28일(금)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현기영), 대산문화재단(이사장=신창재) 공동 주최로 개최된 이번 문학제에서는 이들의 문학과 삶을 조명하는 심포지엄이 이틀 간 진행됐고, 시와 산문을 낭송한 ‘문학의 밤’행사가 이어졌다. 


  
  
  
  
  
  
  
  
  


 
심포지엄 첫날은 20세기 한국시에 대한 전반적 논의와 김상용, 김소월, 정지용 시인의 작품경향 분석이 이뤄졌다. 먼저 유종호(연세대 국문과) 석좌교수는 “20세기 한국시는 번역시형이라는 변두리 장르를 수용해 주류화 시켰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유종호 교수는 이어 “향토주의 시인 김소월과 정지용이 동갑이고, 프로레탈리아 시인 임화와 모더니스트 시인 김기림이 이들과 6살 밖에 차이가 안 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는 상이한 문학적 경향이 동시병존적으로 공존한다”며, “서양이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대체된 것처럼 문예사조적으로 우리나라 문학사를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현산(문과대 불문과) 교수는 「빈 그리움과 ‘저만치’의 거리」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발제문에서 “식민지 시대에 쓰여진 작품의 이해는 그들이 시를 쓸 때 직면했던 고통을 먼저 이해하는데서 출발해야한다”고 말했다. 황현산 교수는 “김상용 시인이 생전 시집 『망향』 한 권만을 발간한 것은 그의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가 치욕과 억압의 시대에 쓰여진 자신의 사회시가 갖는 진정성을 끊임없이 의심했기 때문이며, 불모의 시대 속에서 작가의 감정이 메말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박철희 서강대  명예교수는 정지용의 시가 영미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기존 견해에 대한 반론으로 “서구의 영향은 단지 자극에 불과하며 오히려 한국시가의 절제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또, 김대행(서울대 국교과) 교수는 “소월의 시가 다가오는 통일의 시대에 문화 표상으로 남북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소월의 시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사용된 ‘시선옮기기’ 발상이 강호 시가나 민요, 판소리와 같은 우리 문화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러한 보편적 정서는 남북 공동의 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튿날은 나도향, 주요섭, 채만식 세 작가의 작품세계를 중심으로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김인환(문과대 국문과) 교수는 작품의 서술 방법에 초점을 두고 세 작가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초기 작품에는 작가가 사건의 진행에 조작적으로 개입하고 작중 인물에 과도하게 정적으로 반응하는 반면 후기 작품에는 작가가 사건 진행에 거리를 두고 작중 인물에게도 과도하게 지적으로 반응한다’는 공통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창작을 할 때는 정념을 전제하되, 일정한 거리감각을 지녀야 한다”며, 이 점에서 주관서술과 객관서술을 여러 방향으로 개척한 세 작가의 작품이 주류소설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최유찬(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알레고리 구조(부분을 보면서 동시에 전체를 보는 것)를 인식하며 문학작품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적으로 친일문학으로 비판받는 채만식의 『여인전기』도 알레고리 구조로 보면 전통문학의 핵심을 지닌 가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이주형(경북대 국교과) 교수에게 “알레고리 해석이 너무 확대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문학평론가 손정수씨는 채만식의 최근 발굴 된 작품들(『박명』, 『순녜의 시집살이』, 『수돌이』, 『봉투에 든 돈』)의 특징과 의미에 대해 분석했으며, 우찬제(서강대 국문과) 교수는 ‘불안의 서사학’이라는 관점으로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를 재해석했다.

한편, 토론시간에는 이들 중 일부 작가들의 친일문학행위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는데,  이와 관련, 방민호(국민대 국문과) 교수는 “일부 작가들이 친일문학을 했다는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되 해방 후 작가가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2000년대를 산다고 해서 무작정 그 당시 작가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식민지 시대 지식인으로서 그리고 한국 현대문학의 개척자로서 이들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여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이들의 작품이 재해석되고 있다. “이번 문학제는 그분들을 기리는 자리인 동시에 그들의 천재성과 창조성을 배우고 한국문학이 재탄생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현기영씨의 말처럼 ‘식민지의 노래와 꿈’은 가혹한 식민지 속에서 상상력과 서정성을 표현한 이들 작품의 재조명을 통해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의미 있는 문학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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